호흡재활센터를 통해 다시금 살아난 '숨'

"2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편하게 잠든 적이 없어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말라서 더 이상 나오지 않아요"

희귀 난치성질환자를 가족으로 둔 강호원(51)씨는 간병을 하며 지낸 20여년의 지난날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20여 년 전, 강 씨의 처남 이 모(43)씨는 23세의 나이로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쪽 팔을 시작으로 서서히 몸이 굳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병명은 ‘중증 근무력증’으로 몸 전체에 근육 마비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기야 호흡에도 문제가 생겨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연명할 수 있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죠. 어릴 때부터 아픈 것도 아니고, 정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순간에 그렇게 되더라고요"

가족들은 이 씨를 치료하고자 전국의 병원에 다녔지만 그 당시 '근무력증'은 의료진조차 생소했던 질병으로 원인부터 치료법까지 없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헌신적인 희생과 이 씨의 삶에 대한 굳은 의지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을 꿋꿋이 버티며 살아왔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5년 9월경 그에게 갑자기 뇌출혈이 찾아오면서 그와 가족들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줬다.

희귀 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가족을 돌보고 있는 간병인 (사진 노컷뉴스)
인공호흡기 없이는 단 한 순간도 호흡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에게 희망은 인공호흡기 치료였지만 일반 병원에선 중환자실에만 설치됐기 때문에 입원 치료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절망적이었죠. 희망은 도저히 보이질 않았어요.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몰라요. 그런데 저희가족한테 한 줄기 희망이 보였어요"

가족들이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희귀난치성 호흡질환자를 위한 '호흡재활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곧바로 입원해 인공호흡기가 설치된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호흡재활센터는 우리나라 호흡기질환의 독보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강성웅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강성웅 교수의 치료를 받은 이 씨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강 교수는 "이 씨처럼 근육병 환자들은 상당수가 호흡기 근육이 굳어져 인공호흡기가 없으면 안된다"며 "조기에 호흡재활치료를 병행한다면 자가 호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최초로 설립된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많은 희귀 신경근육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http://www.lif.or.kr) 홈페이지 캡쳐화면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008년 설립됐으며 루게릭병, 척수성 근위축증, 척수손상 등을 겪고 있는 희귀 신경근육질환자들을 위해 호흡재활전용병실, 상담 및 방문간호 서비스, 호흡재활 정기검진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를 해주고 싶었던 강 교수와 생명보험사들이 공동으로 출연하여 설립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사회공헌활동 결과다.

강 교수는 "만약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호흡재활센터는 시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해줬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한편,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07년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19개 생명보험회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하여 설립되었으며, 순수한 자선사업만을 전개 해 나가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자를 위한 지원 사업을 비롯해 자살예방, 저소득 치매노인, 저출산 해소 및 미숙아, 사회적 의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유석쟁 전무는 "재단과 병원이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 더 많은 환우 가족들에게 새로운 삶과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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