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감염된 태아가 선천적으로 뇌가 작은 '소두증'(小頭症)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현행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수술은 불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직무대리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카 바이러스 위험지역에서 노출된 임신부에 대해선 조기에 검사를 실시하고, 태아 모니터링을 하도록 권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직무대리는 "임신부들에 대해선 이미 발생국가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며 "어쩔 수 없이 다녀오고 노출이 됐을 때는 태아에 대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임신부가 감염됐을 때 임신 몇 개월이 지나야 태아에게 전염되는지, 또 감염된 태아에게 언제쯤 2차적인 변형이 오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연세대 권자영(산부인학과교실) 교수는 "어느 시기까지 아무 이상이 없으면 안전하다, 어느시기까지 발병한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다만 산모가 위험지역에 다녀온 여행력이 있다면 출산할 때까지 3~4주 간격으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초음파적 변형소견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그러나 "임신부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태아의 감염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며 "임신중절 역시 현재로선 불법"이라고 밝혔다.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밖에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도 해당된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이같은 '제한적 허용'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행여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발생할 경우, 낙태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엿보인다. 실제로 주요 위험지역인 중남미 국가에서도 지카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낙태 허용 논란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시민운동가들이 대법원에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들의 낙태를 허용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지난 2012년에도 기존 '응급조치'와 '강간' 외에 '무뇌증 태아'의 경우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을 추가한 바 있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임신부를 비롯한 성인은 발열과 충혈 등 경미한 증상을 보인 뒤 2~7일후 자연 회복된다. 이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14일, 또 감염된 환자의 80%는 아무 증상이 없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임신부와 달리, 태아에겐 소두증처럼 치명적인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세계 보건당국의 고민이다. 정은경 직무대리는 "위험지역에 가지 않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선 '사전 예방'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다만 임신 전에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임신 당시에 바이러스가 없는 상황이라면 태아로의 '수직 감염'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권자영 교수는 "혈중에 바이러스가 돌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을 한 경우에는 안심해도 될 것"이라며 "위험률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립보건연구원 지영미 면역병리센터장은 "브라질 자료를 보면, 보통 혈액 중에 바이러스는 일주일 정도 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조금 더 많이 가는 경우도 최대 2주 이상은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