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은 지난달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4.13 총선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서울 용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고, 새누리당에 입당 신청을 했다. 변호사로 전업한 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강용석의 신청을 만장일치로 불허했다. 당규 7조에 의거해 강용석의 자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당규 7조를 살펴보면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의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 등을 자격 심사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앞서 강용석은 파워블로거 '도도맘'과의 불륜 의혹에 휩싸여 구설수에 올라, 해당 기준을 만족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에 강용석은 또 다시 블로그에 글을 올려 중앙당에 다시 입당 원서와 이의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로 피해를 입고 있는 저의 복당이 새누리당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의견은 지나치게 자신감 없고 소극적인 태도로 보여진다"고 새누리당의 결정을 지적했다.
이어 "의도치 않게 구설에 올랐던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당규라면 그것은 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허위 사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한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믿는다. 물론 개인적 처신에 대해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반성과 성찰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본인이 결백함을 주장하면서 새누리당이 자신의 복당 신청을 '불허'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직 '도도맘'의 남편이 강용석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상, 정황을 빼고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는 하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상황이 강용석의 도덕성이 무결하다는 것을 증명해 주지도 못한다.
방송에서 빈번히 말했던 것처럼 강용석은 아직 '정치'에 뜻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 염원이 결국 4·13 총선 출마를 위해 새누리당에 입당 신청을 하게 만들었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라고 하지만 이의 신청서를 낼 정도로 '새누리당' 후보가 되고자 하는 강용석의 결심은 확고하다. 문제는 그가 3년 간 몸 담았던 방송과 4년 간 몸 담았던 정치 세계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논란에 휩싸였던 수많은 방송인들은 자숙 후, 적절한 시기를 지켜보다 복귀를 해왔다. 자숙없는 복귀가 빈번한 근래에도 '불륜 의혹'처럼 정서적 반감을 크게 불러 일으키는 도덕성 문제의 경우, 더욱 조심스럽게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불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당시, 강용석은 종편과 케이블에서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의혹을 부인했지만 보도를 통해 밝혀지는 이야기들에 더 이상 방송을 진행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그를 향한 시청자들의 비난이 갈수록 불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강용석은 프로그램들에서 하차하고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갔다. '자숙'이라기보다는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를 택한 것이다. 이후 강용석은 '고소왕'이라는 별칭답게 자신과 가족들을 비방한 네티즌, 불륜 의혹 관련 기사를 쓴 기자, 비방을 방치한 포털 등을 고소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방송이 아닌 정치로의 복귀를 택했다. 그를 환영한 것은 대중도, 새누리당도 아닌 공화당 신동욱 총재였다.
신동욱 총재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나와 선거대책위원회 허경영, 대변인 '도도맘' 김미나, 용산 출마 강용석으로 구성된 '어벤저스 드림팀'을 완성한다면 새정치를 국민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정치보다는 논란과 친숙한 이들이 강용석이 가진 인지도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때 강용석은 '아나운서를 비방'한 국회의원일 뿐이었다. 그러나 방송 출연으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고, 서서히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국회의원 강용석이 '문제아'였다면 오히려 방송인 강용석은 '촌철살인'의 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됐다.
불륜 스캔들이 터지자 이 같은 인기는 모두 독으로 돌아왔다. 만약 강용석이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 후, 방송인이 아닌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었다면 결과는 조금 달랐을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대중에게 스스로를 노출했고, 결국 그것이 '강용석'이라는 인물에 기대치를 높여 양날의 검이 됐다.
정치 복귀 선언에 일각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그가 순순히 방송에서 하차하고 변호사로 돌아갔을 때부터 정치 복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셈이다.
왜 그런 우려가 나왔던 것일까. 방송과 정치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에 있다. 방송에서 정치를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정치는 방송이 아니다. 연예인이 '준' 공인이라면 국회의원은 '공인' 그 자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공인'으로서의 기능을 잃는다. 하물며 연예인처럼 이슈가 되는 '공인'은 어떻겠는가. 쌓아 올린 금자탑이 무너지기 전까지 강용석은 스타 정치인이 될 수도 있었다.
아마 강용석이 방송으로 복귀를 선택했다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을 점검 받아야 하는 정치로의 복귀를 선택한 이상, 그가 과연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