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22.49 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29일 29.5 달러로 회복했고, 브렌트유는 지난달 20일 27.1 달러에서 이달 2일에는 34.24 달러로 반등했다.
특히 저유가에 견디다 못한 러시아가 OPEC(석유개발기구)를 주도하는 사우디에 감산을 제의하면서 바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여전히 공급과잉 상황이고, 산유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감산합의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유가가 더 떨어지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 상승·하락 변수 공존
현재로서는 유가의 상승과 하락 변수가 공존하고 있다.
상승변수로는 그동안 유가가 너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중국 등 세계경제 부진과 원유의 공급과잉을 감안해도 유가 하락폭이 실제 경제여건에 비해 너무 컸다는 공감대가 시장에 형성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물가상승률(미국 소비자물가 기준)을 감안할 경우 서부텍사스유의 1월 평균가격은 13.31 달러로 장기 저유가 시기였던 90년대 평균인 13.34 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두바이유의 실질유가는 11.39 달러, 브렌트유는 13 달러로 90년대 평균인 11.22 달러와 12.41 달러와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유가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OPEC에 감산을 제의한 것도 최근 유가반등에 힘을 보탰다. 러시아는 OPEC에 5% 감산을 제의했으며 합의가 이뤄질 경우 하루 2백만 배럴의 생산량이 감소한다. OPEC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실제 감산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비OPEC 국가 중 최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감산을 제의했다는 사실 자체는 상당한 진전이고, 유가 상승에 미치는 기대효과는 크다.
여기에 미국 셰일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와 생산둔화,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 조짐도 유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유가하락을 예측한 금융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도 유가의 기술적 반등을 이끄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브렌트 선물옵션의 투기 매도포지션은 지난 19일 13만8천 계약으로 10월 중순 이후 78%나 증가했다.
반면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등 유가 하락 요인도 적지 않다.
경제제재 해제로 원유 수출에 본격 뛰어든 이란은 곧 하루 50만 배럴을 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는 10개월 연속 하루 1천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고, 이라크도 사상 최대 규모로 원유 생산량을 늘리며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있다. 셰일 업체들도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그렇다고 수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공급감소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공급과잉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부진한 세계경제로 단시일에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유가는 추가하락 압력이 상존하고, 상승을 하더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당분간 등락 반복
현재로서는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고, 따라서 당분간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좀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러면서 유가가 바닥을 확인해 가면서 비교적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이 과정에서 유가는 수급요인보다 경제지표 등의 재료와 금융·기술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의 매도포지션 배팅으로 인한 금융요인, OPEC과 러시아 사이의 감산논의 진전 등은 일시적 상승을 유발할 재료들이다.
결국, 단기간에 유가가 대세 상승 국면으로 진입하기도 어렵지만 추가 하락도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주요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평균 유가는 1분기 35 달러, 2분기 39달러, 3분기 45달러, 4분기 48.5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