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럴헤저드 '끝판왕' 방석호… 철저한 수사 필요하다

국가 이미지 제고와 방송영상물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아리랑TV 방석호 사장의 일탈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의 1일 보도에 따르면 방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있던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출장에 가족을 동반해 법인카드를 펑펑 쓰는 등 호화 사치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인 아리랑TV는 매년 수 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해 재단설립기금(705억원)이 바닥날 위기에 처할 정도로 경영이 어렵다. 그런데도 최고경영자인 그는 지난해 9월 24일부터 5박7일 간 미국 출장에 가족들을 동반했다.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그의 딸은 당시 SNS 인스타그램에 '아빠 출장 따라오는 껌딱지, 민폐딸', '기분 좋은 드라이브', '우리 가족의 추석나들이'라는 설명과 함께 브로드웨이 공연관람 등 현지에서 관광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올려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언론에 드러난 그의 모럴헤저드는 혈세를 쓰는 공적기관의 대표가 과연 맞는 지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다. 670만원의 비즈니스석으로 출장을 간 방 사장은 대체로 취재진과 별도로 움직이며 4인실 호텔방을 잡는가하면 하루에 100만원이 넘는 리무진을 빌려 최고급 레스토랑을 다녔다. 9월24일 첫날엔 철갑상어 요리점에서 한끼 식사비로 930달러(약 113만원)를 법인카드로 지출했다.

아리랑TV는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전세계에 전파하는 임무를 띠고 파견됐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하루 앞둔 27일 그는 뉴욕에서 한참 떨어진 명품쇼핑몰 우드베리를 방문해 장시간 보내며 밥과 커피값 등으로 7차례나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방 사장이 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사실을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그는 귀국 뒤 출장비를 정산하면서 지출결의서에 유엔 대사와 뉴욕 한국문화원장, 유엔본부 직원들의 이름을 허위기재했다. 우드베리 쇼핑몰 식사에는 유엔본부 직원 이름을 팔았다.

함께 식사한 것으로 적시된 당사자들이 펄쩍 뛰자 방 사장측은 "실무자의 사무착오"라고 책임을 떠넘겼으나 실무자는 "사장님이 주신 출장명세서에 적어주신 명단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고 전혀 다른 해명을 하고 있다.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뉴욕 방문 기간에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심각하게 추락시켰다. 이번 아리랑TV 방석호 사장 파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올바로 알려야 할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수장이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혈세를 펑펑 낭비해 구설에 오른다면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행태는 지난 2014년 12월 취임 이후 비슷하게 반복됐다고 한다. 지난해 5월 뉴욕 출장에서도 뉴욕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듀크대 근처에서 밥값으로 무려 1035달러(약 115만원)를 지불했는데, 이날은 아들의 듀크대 졸업식 날이었다.

기금이 고갈될 위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경영자가 하루 100만원이 넘는 리무진을 렌트카로 이용하고, 철갑상어 요리를 즐기고, 쇼핑몰을 기웃거리고, 가족들과 뉴욕 출장을 즐겼다면 결코 적당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혈세를 낭비하는 비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방석호 사장측은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지난해 5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사용한 법인카드는 실수였고 개인적으로 반환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뉴욕의 철갑상어 전문점 등에서 사용한 법인카드는 당초 약속했던 외교관들과 식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공적으로 사용한 건 맞다"고 해명했으나 이런 식으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긴 어렵다.

철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감사원이 즉각 나서 조사에 착수하고, 필요할 경우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또 개인이 유용한 금전적인 이익은 전액 환수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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