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는 옛날 얘기, '스마트 요우커'들을 잡아라

스마트폰 적극 활용, 매장당 소비액 낮아지고 품목 다양해져

쇼핑중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사진=조은정 기자)
'통 큰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하면 명품 매장에서 한 칸의 물건을 싹쓸이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요즘 요구커들의 소비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7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선글라스 전문 매장 '젠틀몬스터'에서 만난 뉘신(여.28.상해)씨. 상하이에서 온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를 비롯해 등 각종 쇼핑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앱이 종류별로 깔려있었다.

선글라스를 신중하게 고르던 뉘신씨는 곧바로 스마트폰 앱에서 모델명을 검색해보고 현지 구매대행과 가격 비교에 나섰다.

뉘신씨는 "젠틀몬스터가 한국 연예인들과 중국 연예인들이 착용해서 '핫'한 브랜드로 알고 있어서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주로 쇼핑 정보를 포털사이트를 통해 가격 정보를 미리 얻는 편이다"고 말했다.

뉘신씨처럼 2~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블로그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리 구매 계획을 세우고, 스마트폰을 적극 이용하는 스마트한 요우커들이 늘고 있다.

명품 등을 한 매장에서 싹쓸이하기보다 한국에서만 살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방문이 처음이 아니라 두세번 넘게 한국을 찾는 베테랑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소비도 한층 신중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고객이 한 매장에서 지출하는 '객단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다.

연도별 유커 인기 브랜드 순위. *매출건수 기준 (자료=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 고객의 객단가는 2013년 90만원에서 2014년 65만원, 2015년 상반기 50만원대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한 2010년도에는 명품, 정장, 화장품 등 고가 상품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트렌디한 한국 토종 브랜드 제품들을 더 찾고 있었다.

롯데백화점의 2015년 중국인 매출(구매 건수 기준)을 분석해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출발한 '스타일난다'가 MCM 등을 제치고 매출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표참고)

'스타일난다'는 의류 뿐 아니라 화장품 분야에도 진출했으며, 중국 본토에 매장을 키우는 등 급성장하는 추세이다.

이밖에 SNS 'LINE'의 캐릭터 용품을 판매하는 '라인프렌즈', 선글라스 전문 '젠틀몬스터', 의류 편집샵 '원더플레이스' 등이 매출건수 상위건을 기록했다.

요우커들의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백화점과 면세점의 마케팅 전략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쇼핑중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사진=조은정 기자)
롯데백화점은 젊은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SNS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경절에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앱 '웨이신'(微信) 의 '흔들기'기능을 활용한 경품 행사를 진행했다.

이밖에 롯데백화점은 매년 중국인 파워블로거를 초청해 호텔부터 쇼핑까지 롯데의 여러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시설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패션 뷰티 블로거들은 서울 방문 일정이 끝나고 각자 SNS를 통해 서울 각지에서의 쇼핑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요우커를 겨냥해 요우커 종합관광안내 앱인 '티엔티엔러티엔'을 27일 출시했다. 앱에는 15개 계열사의 쇼핑 정보와 모바일 쿠폰 등 마케팅 혜택을 제공하며 맛집, 추천 여행지, 각종 이벤트 정보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를 종합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쳇'에 계정을 만들어 쇼핑가이드와 연동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위쳇을 통해 텍스리펀, 쿠폰 등 쇼핑 이슈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 63은 동영상 중심의 1인 콘텐츠 창작자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갤러리아면세점 63은 최근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리위리엔씨를 비롯한 총 20명의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를 초청해 개인별 SNS(웨이보, 웨이신)와 유쿠(중국판 유튜브) 등에 간접 홍보했다.

행사에 초청된 20명의 중국 파워 크리에이터들은 총 팔로워 수는 천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글로벌마케팅담당 구동욱 매니저는 "일부 상품군으로 편중된 중국인 고객의 선호도가 2013년부터 온라인 쇼핑몰 및 스트리트 브랜드로 다양하게 확장되기 시작했다"며 "중국인들의 관심이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되면서 구매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해 마케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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