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와 국방부, 통일부가 공동으로 업무보고를 실시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통일 준비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2014년에는 “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지난해에는 “남북한 주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류협력과 대화를 추진해 주기 바란다”는 말이 각 부처에 대한 첫 번째 당부였다.
2014년에는 “어제 마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이 열렸다”거나 “굶주림에 고통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우리가 보다 깊이 돕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등 남북협력의 필요성이 모두발언의 앞쪽에 나왔다. 뒤이어 북핵 포기를 위한 국제공조, 철저한 안보태세 확립 관련 언급이 등장했다.
지난해에도 “통일은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 만들어 갈 수 있는 미래”,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하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 협상을 시작해 나가고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해 주기 바란다” 등의 언급이 먼저 제시됐다. 이 뒤에 통일을 위한 외교적 기반 확대, 확고한 안보태세 순으로 당부가 이어졌다.
이는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강조하고, 같은해 여름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 박 대통령의 기조와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2주만에 실시된 올해 업무보고에서는 통일 관련 언급이 뒤로 밀려났다. 모두발언을 통해 제시된 박 대통령의 첫 당부는 “대북 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반드시 지키라”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도발을 하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북한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접근”을 주문하는 등 대북 강경론으로 모두발언의 앞부분을 소화했다.
또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결국 통일”이라면서도 “일관성, 실효성 원칙 하에 정책의 유기적 진화”를 주문해, 사실상 ‘보조가 맞는 통일정책’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오늘 업무보고가 북한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만큼 효과적 대응방안 등 건설적 의견교환을 기대한다”고 모두발언을 끝내면서 대북 기조의 변화 이유를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