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국민화합의 중심"이라던 朴의 편향 행보

반대편 시민은 외면하다 재벌 기득권 서명운동 동참

(사진=청와대 제공)
재계의 입법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회·야당과의 타협을 외면한 채 기득권자 편에 서서 '길거리 정치'에 나섰다는 점에서 헌법상의 일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재계의 서명운동에 참여하면서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니까 국민들이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국회의 경제관련법 처리 지연을 탓했다. 또 "오죽하면 국민들이 그렇게 나서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회 대 국민'의 구도를 만든 뒤, 자신을 국회에 맞서는 국민으로 설정했다. 이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설득과 협조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으로 단정한, '대의정치의 부정'이 될 수 있다.

야당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협조를 구하다 회의실에서 쫒겨나는 수모까지 감수하며 직접 정책을 설득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와도 대조되고, 최저임금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야당을 직접 찾아가 17시간 마라톤 협상끝에 합의를 이뤄낸 독일 메르켈 총리와도 비교된다.

"입법에 관해 국회, 특히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할 의무를 저버린 처사이고, 국정을 총괄하고 조정해야 할 지위를 망각한 처사"(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라는 야당의 비판도 동일한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현재 행보는 '국회·야당 무시'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야당 대표 시절 언행과도 배치된다.

한나라당 대표 때인 2004년 5월 박 대통령은 각종 여야 쟁점을 놓고 "힘 없는 쪽(야당)이 양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거나 "대통령이야말로 국민화합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여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개혁입법들은 민생경제와 무관한 국론분열법"이라며 쟁점법안 처리 협조를 거부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이듬해 12월에는 "(사학법 개정안 등을) 직권상정하거나 수적으로 일방처리하면 안된다. 무모하게 밀어붙이면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학법 강행처리 뒤에는 53일간 장외투쟁 끝에 법률 재개정을 관철시켰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의 서명운동에는 법리적 논란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서명운동은 헌법상 국민의 청원권 행사의 일종이고, 피청원권자는 최종적으로 국가의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은 청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청원을 받아 응답을 하는 사람인데, 스스로 청원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서명운동 중인 재계는 일종의 기득권 집단이다. 기득권 집단과 함께 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편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해왔다는 점에서 형평성 지적도 나온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회도 선출된 권력이고, 권한과 역할이 존중돼야 삼권분립 원칙에 부합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민의에는 아주 부정적이다가, 본인이 원하는 법안을 위해 직접민주주의에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서명운동은 지지세력 결집을 통한 총선개입 행위라는 의혹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 여러분이 나서달라"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나온 13일 재계가 서명운동을 개시한 점은 공교롭다.

박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이 연달아 서명에 동참한 점도 '조직적 행보' 의구심을 사고 있다.

야당은 "관제 데모를 연상시킨다"거나 "민주주의를 깨고 선거에 개입하려는 노골적인 행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대통령의 서명운동은 경제입법을 위해 직접 나선 국민들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국무위원들의 서명 동참은 개인이 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서명운동 참여 다음날까지 이틀간 서명운동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국회를 압박하던 박 대통령은 20일에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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