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통령 담화문에서 사라진 '통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작성한 방명록. (사진=청와대 제공)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새해 첫날을 맞아 올해 첫 일정으로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남긴 문구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청양의 해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고 적은 바 있다.그런가하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도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른바 ‘통일대박론’으로 상징되는 박 대통령의 소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그런데 13일 이뤄진 박 대통령의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는 ‘통일’이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취임 이후 신년 담화문에서 ‘통일’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통일’이라는 단어가 10차례 등장했고, 2014년 회견에서도통일은 7차례 언급됐었다. 즉, 세 차례의 대통령 신년담화문에서 ‘통일’ 언급은 ‘7-> 10 -> 0’이 돼버린 셈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강력하고도 포괄적인 대북제재 필요성이 대두된 만큼 남북관계 개선과 궤를 같이 하는 ‘통일’을 강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이상론적인 통일외교정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한미일 3국의 대북 강경모드와는 달리 한 발 빼려는 중국과의 외교적 삐걱거림도 통일대박론의 현실적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다.

과연 한반도에서 통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평화와 통일은 병존할 수 있을까?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화의 극한값은 분단의 영구화요, 통일지상주의의 극한값은 전쟁”이라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통일보다는 평화정착에 우선 방점을 찍는 것이 실현가능한 대북 정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TV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보여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에 호응하는 국민들의 통일 체감지수는 얼마나 될까?

박 대통령의 올해 신년 대국민 담화문에서 ‘통일’이 사라진 것처럼 2004년 KTX가 개통되면서 통일호 열차라는 이름은 비둘기호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통일호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했던 1955년 당시 가장 빠른 급행열차는 통일호였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집권 이후 1970년 새마을운동 개시와 함께 열차 이름에도 새마을호가 등장하면서 KTX 등장 이전까지 새마을호는 가장 빠른 열차였고, 그 다음으로 무궁화호,통일호, 비둘기호 순이었다.

통일호 열차가 새마을-우등-특급-보급-보통 순으로 순위가 매겨진 뒤 결국 사라지게 된 것처럼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도 우리의 기억속에서 혹시 멀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대통령의 신년 담화문에서 ‘통일’이 사라진 날 새삼스레 통일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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