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탄 난 노사정 대타협, 파국은 막아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국노총이 9·15 노사정 대타협이 ‘파탄’ 났음을 선언했다. 공식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 시한을 19일로 미루기는 했지만 타협의 ‘틀’에 금이 간 것만은 분명하다. 한국노총은 ‘새 틀’을 깨지 않으려면 정부가 새로운 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노사정 대타협을 깨트린 주체가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이 노동개혁 5대 법안 대타협을 ‘파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비판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30일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완화 지침’을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일반해고지침은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근무성적이 부진할 경우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취업규칙완화 지침은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5대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 합의문에 없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허용 업종 확대 등을 포함시킨 것인데, 그것이 이번 한국노총이 선언한 ‘파탄’의 불씨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이 ‘5대 법안’과는 별개인 ‘양대 지침’의 협의과정을 이유로 어렵게 이룬 대타협을 부정하는 ‘파기’와 ‘파탄’을 선언한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저의를 의심스러워한다. ‘양대 지침’은 핵심적이거나 치명적인 사안도 아니고 대타협에서 극히 지엽적인 것인데도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전체를 부정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노사정이 이루어낸 5대 법안 대타협이 노동개혁을 역동적으로 끌고 가기는커녕 한국노총의 파탄 선언과 새로운 제안에 발목을 잡힌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노동계는 이제 각자 자기의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노동계와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처럼 질주할 경우 양쪽 모두 파멸이다. 정부가 시급한 노동개혁에 밀려 ‘양대 지침’을 밀어붙이면 노동계는 이에 맞서 총파업과 오는 4월 총선에서 정치 쟁점화 할 것이 분명하다. 사회·정치·경제적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불행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 와서 노동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대타협을 이루어 냈던 정부와 노동계가 한 발짝씩 물러나 다시 한 번 노동개혁을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아직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어차피 노사정위원회의 대타협은 미완의 결론이었지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정부와 노동계는 앞으로 일주일 동안 극단적 강경 대결 상황을 피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파국을 피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내야 한다. 정부는 양대 지침에 융통성을 보이면서 노동계가 강경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사정 합의 당시 ‘기한을 정하지 않는 논의’ 라는 약속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노총 또한 초안 상태인 정부의 양대 지침을 이유로 곧바로 대타협 파기로 치닫기 보다는 끝까지 대화의 노력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동안 노사정과 한국노총이 힘들게 이룬 대타협은 합의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분야별로 갈등의 소지가 발생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대타협의 정신은 살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사정 3자가 약속하고 국민 앞에 발표한 것은 지켜야 한다. 연초부터 국민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하지는 못할 망정 불안감을 던져줘서는 안된다. 어렵게 만들어낸 대타협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건 모두에게 손실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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