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시작하는 커플의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내내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진행 중인 사랑을 볼 때는 공감이 돼 고개를 끄덕였고, 끝나가는 사랑을 보면서는 남 일이 아닌 것처럼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연극에 나오는 에피소드와 똑같은 사례의 연예를 경험한 것도 아닌데, 왜 공감이 되는 걸까. ‘흔한 이별 노래로는 표현이 안 되는데 들으면 눈물이 흐르는 것’ 같은 이유일까.
연극 ‘올모스트 메인’은 단순히 말해 아홉 커플의 사랑 이야기이다. 오로라가 보이는 가상의 마을에서 한겨울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다.
연극은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나 자신 또는 내 친구들처럼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들을 통해 다채로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랑,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사랑, 앞으로 꿈꾸는 사랑 등 한 가지의 사랑이 아닌 복잡하지만 다채로운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공감대와 감성을 동시에 이끈다.
몰입감을 선사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은 스토리가 주된 이유겠지만, 관객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간소화한 무대이다.
민준호 연출은 배우들이 겪는 고통에만 집중하게끔 아이디어를 냈다. 무대를 간소화하여 관객이 다른 데 시선을 빼앗기지 않게 한 것이다.
때문에 무대는 한 그루 나무만 서 있는 황량한 벌판의 느낌이 든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화하려면 그에 맞게 배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몇 개의 소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냈다.
공연에는 대학로를 대표하는 18명의 배우들이 참여한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성열석,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의 임철수, 연극 ‘유도소년’의 박민정, 연극 ‘웃음의 대학’의 박성훈, 연극 ‘꼬리솜 이야기’의 노수산나 등이 출연한다.
트리플 캐스팅이라 배우별로 연기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은 관람 방법이다.
연극은 미국 뉴욕에서 2006년 초연된 이후 현지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겨울 초연됐다. 믿고 보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2016년 첫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은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이다. 3~4만 원.
문의 : 02-744-4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