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맡았던 박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인사에서 수사권이 없는 지방고검 검사로 또 다시 전보되자 지난 7일 사표를 제출했다.
박 부장검사는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이 1심과 2심, 대법원 선고,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유죄와 무죄 경계를 넘나드는 동안에도 공소사실을 유지하는 데 힘썼다.
특히 박 부장검사는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 측에 유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장에 항의하며 퇴장하기까지 했었다.
11일 서울고법 형사7부(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차 공판은 재판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박 부장검사가 검찰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판이었던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공판에는 남은 수사팀 멤버인 김성훈·이복현·단성한 검사가 재판부에 날을 세우며 박 부장검사의 빈자리를 메웠다.
검찰과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증언거부권 행사가 적법한지를 놓고 또 다시 충돌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김모씨가 기존에 출석했던 국정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증언을 거부한 게 발단이 됐다.
급기야 검찰 측은 "국정원 직원들이 출석을 거부했다가 일제히 출석해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는 일련의 상황이 국정원 내부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는 이에 대한 검찰의 답변 촉구를 기각한 데 대해 공판 조서에 남겨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검찰 측 요구 자료에 대해선 회신을 안 해주면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이 신청한 자료에 대해선 방대한 분량을 취사 선택해 보내주고 있다"면서 국정원의 의도적인 재판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시철 부장판사는 "증인이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 재판부가 강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검찰은 "증인에게 형사처벌 관련 내용이 아니면 증언거부권 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지만 (재판부가) 답변하지 못하게 했다"며 재반론했다.
김 부장판사는 "질문에 답변하지 못 하게 한 적이 없다. 제가 하지 말라고 얘기했느냐"고 되물었고, 검찰은 "공판 조서에 (답변하지 못하게 한) 이유를 남겨달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 간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재판부가 다음 공판을 3월에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3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3군사령부 소속 장교의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판결을 토대로 추가심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가 있어 재판부 구성원이 변동될 수도 있다"며 다음 공판을 3월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재판부 구성원이 변경될 소지가 있으면 오히려 일주일에 공판을 2~3번 진행해야 한다"고 반문했지만, 재판부는 다음 공판을 오는 3월 14일 오후 2시 강행하기로 하고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