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공약 실천"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나흘만인 10일 미국의 전략무기인 B-52 장거리 폭격기가 전격적으로 한반도로 전개된 것은 한미 양국 정부와 군 당국이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말해준다.
한미는 북한 핵실험 당일 6일 오후부터 한민구 국방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과의 전화통화, 이순진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간 회의 등을 통해 미국 전략무기 전개 문제 등을 협의해왔다.
그간 미국 전략무기가 북한의 군사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개됐던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시점을 두고 움직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도 30여 일 만에 한반도 상공으로 B-52가 전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4차 핵실험 후에는 나흘 만에 전개돼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적으로 개시한 이후 북한의 예상되는 추가 도발 의지를 봉쇄하자는 취지에서 조기에 전개된 것으로 풀이된다.
군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됐다"면서 "이는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B-52는 미국이 동맹에 제공하는 '핵우산'의 핵심 무기 중 하나이다. 동맹이 핵 공격을 당하면 미국 본토가 핵 공격을 당했을 때와 같은 범주로 지원한다는 '확장억제개념'에 의해 지원되는 공중 전력이다.
이 때문에 B-52에는 사거리 200㎞인 공대지 핵미사일까지 탑재돼 있다. 이 미사일의 폭발력은 200킬로톤(kt·1kt는 다이너마이트 1천t)에 달한다.
특히 AGM-69 공대지 핵미사일(SRAM)의 폭발력은 170kt 수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폭발력이 16kt임을 고려할 때 어마어마한 폭발력이다.
북한이 핵으로 '장난질'을 치는데 대해 핵전력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한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카터 국방장관이 지난 7일 한 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미국의 철통 같은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재확인하면서 미국의 모든 확장억제능력 수단들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B-52의 전개는 미국의 이런 공약을 행동으로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