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은 "재의요구 시한인 11일에 서울시 의회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다시 요구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전남교육청은 지난달 30일, 광주교육청은 이달 5일 해당 시도의회에 누리과정 예산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이들 세 지역은 의회에서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예산까지 전액 삭감한 곳으로, 이들 세 지역의 유치원생·어린이집 원생은 전체의 22.5%인 29만3천명에 이른다. 여기에 준예산 사태를 맞고 있는 경기도까지 포함하면 64만7천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서울·광주·전남교육청에 대해 해당 시도 의회에 예산안 재의 요구를 하도록 요청하면서, 교육청들이 따르지 않으면 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도 의회에서 예산안을 재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 의회는 재의를 요구해 오더라도 아예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거나, 상정하더라도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신원철 원내대표는 "그동안에는 편법과 미봉책으로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서 누리과정 위기를 막아왔는데, 앞으로는 대통령 공약 사항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앙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의회에서 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어서, 재의 요구를 하더라도 상징적인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남도의회와 광주시의회도 서울시의회와 비슷한 입장이다.
시도의회는 재의 요청이 오면 열흘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하면 된다.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다.
서울시 의회의 의석분포는 새누리당 29석, 더불어민주당 74석, 무소속 2석이며, 광주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 20석, 무소속 1석이고, 전남도의회는 새누리당 1석, 더불어민주당 52석, 무소속 4석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조례와는 달리 예산안은 재의 요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상정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는 시도의회에서 '재의 요구' 안건을 상정하지 안하거나 재의를 통해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에도 대법원 제소가 가능하다며 시도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대법원에 이들 세 지역의 '올해 예산안 의결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직접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승소하더라도 누리과정 예산 뿐만 아니라 '시도 예산 전체'가 무효가 돼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
더욱이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난 경우, 새로운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의 기간에 준예산으로 가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법령조차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기간에 준예산으로 간다는 것이 명시적으로 나온 관련 법령이 없어서, 이 기간에 준예산으로 갈지 여부는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처럼 실현가능성이 극히 낮은 대법원 제소 카드까지 들고 나온 것은 명분에서 밀리는 교육부의 다급함이 배어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