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돈 ·자본주의, 과학으로 풀다

[신간] <만물과학>

사진 제공= 교양인
우리는 왜 이런 모습으로,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것일까? 아무것도 없던 무(無)의 우주에서 어떻게 무언가가 생겨났을까? 시간은 왜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일까? 인간은 이처럼 자기 자신과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한 근원적 의문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 왔다.

《만물 과학》은 지금까지 인류가 과학적 탐구를 통해 알아낸,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의 변치 않는 진리(법칙)에 관한 안내서이자, 세상 모든 것을 이해하려 했던 한 남자가 감행한 야심찬 지적 모험의 이야기이다. 생물학, 지질학, 천문학, 물리학을 종횡무진 오가며 펼쳐지는 과학의 향연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보다 경이로운 이 세계에 대한 찬가이다.

문학과 역사, 과학을 넘나드는 전문 지식을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풀어내는 남다른 재주를 지닌 마커스 초운은 《만물 과학》에서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려운 양자 역학도, 과학사에서 가장 심오한 통찰로 손꼽히는 상대성 이론도 그의 이야기 속에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무척이나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 세계가 실은 단순하고 변치 않는 진리(법칙)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 우리는 만유인력이라는 보편 법칙을 발견한 뉴턴,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획기적인 발상을 한 다윈,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무너뜨린 아인슈타인, 자연의 대칭성과 물리 법칙의 관계를 밝힌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 블랙홀이 물질을 빨아들일 뿐 아니라 방사한다고 주장한 스티븐 호킹에 이르기까지 과학사를 이끈 위대한 탐구자들을 만나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물리학자들은 공간과 시간은 우주에 존재하는 바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물의 길이는 누가 측정해도 같고, 두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 간격은 누가 측정해도 같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그것은 오해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구체적으로 말해서 서로의 상대적 빠르기에 따라 공간과 시간은 달라졌습니다. …… 물리학은 밝혀진 것처럼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변하는 세상이 품은 변치 않는 진리를 탐구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진실을 덮고 있던 베일을 들어 올려 정말로 바위 같고 정말로 변함없는 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 16장 빨리 달릴수록 시간은 천천히 간다(294~295쪽)


[1부_생명은 어떻게 움직이나]에서는 38억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한 원핵세포의 이야기부터 진화론과 유전학의 탄생, 기생 생물에 맞서기 위해 성(性)이 분화되었다는 ‘붉은 여왕 가설’, 자기 뇌를 먹어 치우는 멍게의 비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난 인간 종의 진화까지 인류가 밝혀낸 생명의 기원과 진화의 핵심을 다룬다.

[2부_문명은 어떻게 움직이나]에서는 자연 환경이 문명 발달에 끼친 영향부터 현대 문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본주의와 전기, 컴퓨터의 역사를 살펴본다. 컴퓨터의 선조라 할 수 있는 ‘만능 튜링 기계’, 교환 경제에서 화폐 경제를 거쳐 등장한 현대 상업 세계, 모든 생물과 문명의 동력이 되는 전기의 힘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일상 세계를 과학의 눈으로 넓고 깊게 살핀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자유 방임주의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고찰하는 부분에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분석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장하준은 금융 상품을 비롯해 시장에 복잡성을 더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시판하는 약처럼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만 그런 상품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확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11장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오래된 신화(205쪽)

[3부_지구는 어떻게 움직이나]에서는 지진 같은 지표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판 구조론’, 지구의 자전이 대기의 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는 ‘해들리 순환’, 한때 ‘눈덩이 지구’를 만들었던 빙하기의 원인과 지구의 예상 수명까지, 모든 생명체들의 요람인 지구에 대해 알아본다.

[4부_‘보이지 않는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나]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과 소립자 세계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저자는 열역학, 양자 이론, 상대성 이론, 끈 이론 같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을 다룬다.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이유(‘시간의 화살’), 2012년에 존재가 확인된 힉스 입자에 세계 과학계가 열광한 이유, 시간과 공간, 질량과 에너지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버린 아인슈타인의 천재적 발상에 대해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5부_우주는 어떻게 움직이나]에서는 우주의 기원을 찾는 빅뱅 이론과 표준 빅뱅 이론을 보완하는 세 가지 가설(인플레이션, 암흑 에너지, 암흑 물질)을 살펴본다. 항성과 은하의 진화, 태양계의 형성, 어쩌면 우리 은하와 인간을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블랙홀의 존재까지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탐사한다. 어딘가에 우리 우주와 비슷한 혹은 완전히 다른 여러 개의 우주가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다중 우주론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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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돈의 마법

"직접 거래를 할 때 생기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돈이 등장하자 거래 기회는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돈 덕분에 거래를 하는 동안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누군가 타임머신을 만든 것처럼 사람들은 미래로 여행을 가서 상품을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직접 거래를 할 때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거래에 참여하는 둘 이상의 사람이 반드시 같은 장소, 즉 시장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돈 덕분에 거래를 하면서 공간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 <스타트렉>에 나오는 순간 (물체) 전송기에 오른 것처럼 멀리 떨어진 장소에 가서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10장 세상의 혈관을 내달리는 황금색 피(182~183쪽)

마커스 초운 / 김소정 옮김 /교양인/ / 468쪽 / 18,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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