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지만 애초 정치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시기적으로 빠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의원 주변에서는 신당에 바로 합류하기보다 제3 지대에 머물면서 먼저 외부에서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의원 등이 추진하는 야권 신당들의 통합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김 의원이 오는 10일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에 맞춰 이날 합류 한 것은 처음의 통합 시나리오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원샷 통합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합류한 게 아니냐"고 전했다. 야권통합은 박주선 의원도 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안 의원 측에서는 김 의원의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 정대철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등까지 포함해 세(勢)를 불리는게 유리하다는 생각이지만 안 의원 측은 신당 이미지와 맞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탈당을 전후해 수차례 자신이 구상한 통합 계획을 제안했지만, 안 의원이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신당에 참여할 분들은 3자 구도하에서도 당당하게 싸울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인물을 가려서 받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두 사람이 회동한 후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를 찾는 데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안철수), "인재영입에 신당의 명운이 걸렸다"(김한길)며 새피 수혈을 한 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당 통합이 쉽지 않은 데는 지난 7.30재보선 과정에서 천정배 의원이 배제된 데에 따른 불편한 감정도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은 최재천 의원을 메신저로 보내 권은희 의원을 입당시켜 전략공천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 때문에 "천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신당 주도권은 안 의원이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여의도에 익숙지 않은 안 의원이 전략통인 김 의원에게 의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