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비박계와 친박계는 각각 '국민'과 '정치신인'을 내세워 명분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계파간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성과없는 공천룰 논의…'특위 해체' 주장도
새누리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위원장 황진하)는 3일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벌였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론 도출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신인의 범위, 결선투표시 가산점 부여 여부, 당원.일반국민 참여 비율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계파간 이견만 확인했다.
공천특위가 이처럼 계파간 이해관계로 인해 공전을 거듭하자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천특위를 해체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다만, 신(新)박으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의 이같은 주장은 공천룰 논의를 미뤄 경선 실시를 어렵게 만들려는 친박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공천특위 회의에서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이기는 선거를 위해 룰을 논의해야 하는데 조급하게 우리만 룰을 정하는 모습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며 공천룰 논의 연기를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는 공천룰 논의를 계속 미룰 경우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로 공(功)이 넘어가면서 결국 현역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 실시로 갈 수밖에 없다며 공천특위에서 최대한 공천룰을 구체화하기를 원하고 있다.
◇ 비박 '상향식 공천' 주장 속내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는 당초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주장했지만 여야 합의 실패로 좌초되자 '상향식' 공천만은 반드시 사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역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 등 과거 공천방식이 결국 권력자의 의지에 좌지우지되면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학살'이나 19대 당시 '친이학살'처럼 사천(私薦)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공천권을 돌려받게 된다는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공천 방식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비박계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이 결국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향식 공천에 따라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이 경선에서 맞붙을 경우 인지도나 조직력 측면에서 월등한 현역의원을 정치신인이 꺾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공천 당시 새누리당은 모두 48곳에서 경선을 실시했고 이 가운데 지역구 현역의원과 경선을 치러 승리한 정치신인은 단 3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들 정치신인 가운데는 경북 구미갑에 출마한 심학봉 전 의원처럼 소위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에 현역의원을 꺾을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정치신인에게 아무리 가산점을 준다고 하더라도 선거 직전까지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역의원이 당원명부를 독점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현역의원이야 경선만 치르게 해준다면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했다.
◇ 명분은 '정치신인', 속내는 '유승민 찍어내기'
김 최고의원이 "'물갈이' 민심은 격렬히 높아지고 정치권에 대한 변화의 기대는 쓰나미처럼 몰려오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만에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을 낮춰 정치신인에게 기회를 주자"는 명분을 내세운 친박계 역시 소위 '진박'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겉과 속이 다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친박계가 정치신인을 내세워 현역의원 컷오프와 전략공천을 요구하는데는 두가지 포석이 있다. 첫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유승민계를 찍어내려는 포석이다.
두번째는 박근혜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의 안정을 위해 우군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친박 후보를 내세워 친박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유 전 원내대표가 물러난뒤 대구.경북(TK) 지역에 현 정부에서 청와대와 정부에 몸담은 소위 '진박'들이 대거 몰려들고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비박계는 '국민', 친박계는 '정치신인'을 각각 내세워 공천룰 전쟁의 승기를 잡기위한 명분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이것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