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없이 연료 보조금을 삭감키로 한 사우디아라비아는 29일(현지시간)부터 휘발유 소매 가격을 최고 67%까지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은 크지만 사우디에선 20센트(233원)에 보통휘발유 1ℓ를 살 수 있다.
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사우디의 휘발유 값은 베네수엘라(2센트), 리비아(13센트)에 이어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다.
걸프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아랍에미리트(UAE)는 8월1일 부로 연료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폐지했으나 국제 유가가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현재 보조금 지급 때보다 오히려 휘발유 가격이 낮아졌다.
UAE 유가결정위원회는 28일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국내 휘발유(보통휘발유) 판매가격을 ℓ당 43센트(502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료보조금을 지급했던 올해 7월까지의 가격 47센트(549원)보다 8% 낮은 가격이다.
고급휘발유는 7월 1ℓ에 50센트(584원)에서 다음달 46센트(538원)로 내려갔고 경유는 같은 기간 79센트(932원)에서 44센트(514원)로 하향 조정됐다.
UAE 정부는 저유가로 재정 수입이 감소하자 올해 8월1일부터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고 매월 28일 국제유가와 연동해 다음달 판매 가격을 결한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8월엔 모든 석유제품의 소매가격이 20%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국제유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보조금을 지급했을 때보다 연료 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UAE 정부가 지출하는 연료 보조금은 연간 35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0.7%에 해당한다. UAE는 인구 급증으로 2005년에 비해 휘발유 소비량이 10년 만에 58% 늘었다.
쿠웨이트는 이번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ℓ당 21센트(245원)에 불과하고, 카타르와 바레인은 26센트(304원), 오만은 30센트(351원)이다.
12월 네째주 전세계 휘발유 소매가 평균이 1ℓ에 1달러(1천169원)이고 한국이 29일 현재 1천411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걸프 지역 산유국의 휘발유 가격은 상당히 격차가 크다.
이는 보조금을 대폭 줄였지만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바로 정유해 시장에 공급하기 때문에 운송비와 같은 부대 비용이 적은데다 연료에 세금을 붙이지 않는 덕분이다.
원유 생산에서 휘발유 유통·판매까지 국영 회사가 모두 쥐고 있어 석유 산업의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그대로 국고에 귀속돼 세금을 따로 붙일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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