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뒤 공동발표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의 해법에 양국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25년간 한·일 양국의 미해결 난제로 여겨졌다.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더 이상 양국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양국 정부의 판단과 미국의 압력에 따라 양국이 이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은 것이다.
일본정부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두가지 인식을 표명하고 한가지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의 사과문을 대독하는 형식으로 “아베 내각 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양국정부는 또 “한국 정부가 전(前)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하여 한·일 양국 정부가 협력하여 모든 전 위안부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합의된 내용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책임을 명기하고 아베 총리가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반성을 표명한 것, 그리고 일본 정부 예산의 투입 등을 일본 정부한테서 얻어냈다는 점에서 이전의 협상안보다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
대신 일본으로서는 이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을 한국정부로부터 확약받은 것이다.
이번 합의안은 외교적인 협상기술을 통해 양국간 최대 공약수를 찾은 것이지만 쌍수를 들어 환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의 최대 쟁점이었던 법적 책임과 강제연행 인정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은채 외교적 수사로 피해간 것이다.
일본이 진정으로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했다기보다는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 골칫거리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특히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는 부분은 일제에 강제로 끌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된 피해 할머니들 입장을 고려할 때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앞으로 이번 합의의 해석과 실천과정에서 또다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한일 양국 정부로서는 양국관계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주력했을 뿐 피해자가 마음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용서할 마음이 생기는 기념비적인 전환점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그렇게 외교적 수사로 포장된 책임 인정과 사과는 언젠가 또다시 걸림돌로 등장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완전한 해결이라기보다 일시적 봉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