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의사를 밝힌 지 무려 한 달반 가까이 지났지만, 후임 장관 임명소식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장관이 한 달이 넘도록 자리를 지키는 것도 곤욕이겠고, 그런 장관과 함께 일하는 행자부 직원들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연말은 확정된 예산에 따라 내년도 업무계획을 세우고, 큰 줄기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는 신임 장관과 논의해야할 문제입니다.
마음은 이미 콩밭(선거구)에 가 있는 장관에게 이런 장기과제를 들고 가 논의를 하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선거 출마를 공언한 장관 역시 총선날짜는 다가오는데, 얼굴 알릴 시간은 점점 줄어드니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 황우여 부총리, 윤상직 산자부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등 정 장관과 같은 처지에 놓인 장관이 무려 5명입니다.
개각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국회의 상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노동관련법 등 시급한 법안통과를 위해 내각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장관을 교체한다면, 인사청문회가 이어지면서 힘 빠진 야당에게 오히려 반격할 수 있는 기회만 주는 것 아니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치적인 판단 때문에 개각이 미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헌데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선거에 출마할 공직자 사퇴시한은 내년 1월 14일입니다.
후임 장관에 대한 청문절차가 20일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24일에는 후임인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개각이 이뤄질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5명의 장관이 사퇴시한까지 장관직을 수행한다고 가정하면, 5개 부처에서 적어도 20일동안 차관이 장관직을 대신 수행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국무위원 18명 가운데 1/3에 육박하는 5개 부처의 장관이 대행체제로 운영된다면 국정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합니다.
이런 국정난맥상을 무기로 국회를 압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청와대는 이미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에게 법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압박하다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것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세월호 사건 당시 7시간 의혹을 제기했던 산케이 신문의 기자를 법정에 세웠다가 무죄판결이 나는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법안통과를 위해 국정을 볼모로 잡겠다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덩달아 장관 5명도 줄줄이 볼모로 붙잡힌 셈입니다.
국정수행을 제대로 하겠다면서, 국정난맥을 볼모로 법안통과를 요구하는 모순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총선나가겠다는 마음 바쁜 장관들도 살리고, 국정도 살리는 길은 하루 빨리 개각을 단행하는 것입니다.
장관이 무슨 청나라에 보낸 소현세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