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돼지 유통물량의 60% 이상이 평균 가격 보다 비싼 1등급 이상으로 정부의 이번 조치로 돼지고기 소매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 됐다.
◇ 돼지 등급정산제…내년 1분기 중 시행
농림축산식품부와 한돈협회, 농협은 늦어도 내년 3월부터는 돼지 등급정산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사실 지금도 도축 돼지에 대한 품질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1+등급과 1등급, 2등급, 등급외 등 4단계로 분류하면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등급별 돼지가격이 정해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급판정을 받은 돼지 773만 마리 가운데 1+등급과 1등급 출현율이 60% 정도 되고, 나머지 40%는 2등급과 등외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등급에 따라 도매가격이 형성돼도 육가공업체와 중간유통업자들은 돼지농가에 1kg당 평균 가격으로 정산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렇다 보니, 일부 돼지농가는 품질에 신경 쓰지 않고 출하 직전에 사료를 많이 먹여 생체 무게를 늘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돼지도 소고기처럼 품질평가원에서 등급을 발표하지만 농가 정산은 등급에 관계없이 무게를 재서 지급률에 따라 평균가격으로 하기 때문에 출하할 때 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여서 생체 무게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1+등급을 받은 돼지는 품질에 준하는 합당한 대우를 해 주고, 2등급 이하 돼지는 분명하게 차등을 두겠다는 얘기다.
◇ 등급제 시행, 돼지고기 값 인상되나?
올해 도매시장에서 형성된 돼지고기 등급별 가격은 탕박 기준으로 1kg당 1+등급이 4,934원, 1등급 4,788원, 2등급은 4,336원이고 평균 가격은 4,642원이다.
1+등급과 1등급 돼지고기 값이 평균 가격 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유통물량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1+등급과 1등급 돼지에 대해서 등급별 가격을 적용해 정산할 경우 돼지농가의 평균 수취가격은 오르게 된다.
육가공업체와 중간유통업자들이 비싼 가격에 돼지를 구입한 만큼, 결국 돼지고기의 소비자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 관계자는 “등급정산제가 시행되면 (소비자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100% 말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탕박 기준으로 동시에 전환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가격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은 소비자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알 수가 없고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확실한 분석이 가능하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돼지 등급제를 시행하려는 취지가 국내산 돼지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다”며 “등급제로 1+등급 돼지고기의 소비자가격은 다소 오를지 몰라도 좋은 고기를 안심하고 선택해서 구입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