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협정문이 채택됐습니다.” 총회 의장을 맡은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이 의사봉을 두드리자, 총회장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귀중한 2주’로 기록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협상 종료시한을 하루를 넘기는 치열한 논쟁 끝에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해를 거듭한 논의와 지연 끝에 우리는 마침내 후세들에게 좀 더 살기 좋은 세계를 물려주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격에 찬 연설을 하기도 했다.
2020년이 되면 선진국(부속서1 국가)들에게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 체제가 종료된다. 이날 합의된 파리 협정문은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의 기본 뼈대를 규정하는 문서다.
◇ 윤곽드러낸 신기후체제...5년마다 감축목표 제출해야
파리 협정문에 따르면 신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 된다. 이에따라 모든 196개 당사국들은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국가별 기여방안; NDC)를 5년마다 정기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감축목표는 이전에 제출한 것보다 진전된 것이어야 하고, 최고수준의 의욕수준을 반영하도록 했다. 한마디로 후퇴금지 원칙(no back-sliding)이다.
감축목표 자체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자는 강력한 입장도 제기됐으나, 감축목표 자체를 강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미국 등 많은 나라가 반대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대신 각 국가가 제출한 감축목표를 5년마다 평가(review)하는 이행점검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행점검을 위해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감축목표 달성 경과 등에 대한 보고가 의무화되고, 보고 내용에 대해 전문가 검토와 다자협의를 거치도록 해서 각국의 이행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행점검은 각 나라의 감축 목표를 모두 취합한 뒤 이것이 지구온도 상승을 2도씨 이하, 궁극적으로는 1.5도씨 이하로 억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 더 진전된 감축목표를 제출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 7위 국가인 우리나라에 상당한 국제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 전세계 저탄소 경제 전환에 속도...우리나라 에너지정책 변화 시급
이밖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분야에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문제를 별도 조항으로 규정해, 기후변화로 현재 피해를 입고 있는 극빈국가와 섬나라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또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적응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을 돕기 위한 기후 재원을 2020년까지 해마다 1000억 달러를 마련하도록 합의하는 성과도 거뒀다. 협정문 자체에는 명시가 안 됐지만 결정문에는 액수까지 반영이 됐다. 기후 재원에 대한 책임 문제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분야이기도 했다.
전세계는 이번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위험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게다가 기존의 2도씨 목표보다 더 진전된 1.5도씨 목표를 명시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더 나아가 '화석연료의 종언'을 향해 보다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도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석유와 석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에너지 구조를 시급히 바꿔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