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활성화 관련 2개 법안 등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사실상 경제부총리로서의 역할을 매듭지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 번주로 예정된 개각에서 최 부총리의 후임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최 부총리는 10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만찬회 자리에서 "아직 제대증을 못 받았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같은 심정"이라며 자신의 교체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 공천룰 등 김무성과 물밑협상 나설듯
최 부총리의 당 복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가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권 전체로 보면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친박계가 비주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취임일성으로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오픈프라이머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당내 지지기반을 넓혀왔지만 친박계에는 마땅한 대항마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최 부총리가 당에 돌아오면 친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 부총리가 당에 복귀하더라도 특별한 당직을 맡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공천룰 등과 관련해서 물밑에서 친박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김 대표와 막후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또 이를 당에 전달할 사람"이라며 "서청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친박계 얼굴마담 역할을 하면 최 부총리는 물밑협상을 맡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 비박계 기대감 "최경환은 협상파, 잘 풀릴 것"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도 최 부총리의 당 복귀가 나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친박계 중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서 최고위원을 협상파트너로 상대하기가 버거웠지만 대표적인 협상파인 최 부총리와는 '말이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19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김 대표가 강하게 반발하자 그를 찾아가 설득하고 탈당을 막은 인물이 최 부총리다.
이후 김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 재창출에 기여했고 이듬해 4.24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복귀해 당 대표까지 거머쥐었다.
비박계의 한 재선의원도 "최 부총리는 원내대표 때도 협상파로서 당내에 큰 불만이 없도록 당을 이끌었다"면서 "공천룰과 관련해서도 내줄 것은 내주고 받을 것은 받고 하면서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9일 국회를 찾은 최 부총리에게 만찬을 제안했고 이 자리에서 공천룰을 비롯해 당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최근들어 두 사람이 여러차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 의원은 "예산안이나 주요 법안 처리 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공천룰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참석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면서 "둘 사이에 어느정도 교감이 있으니까 이런 자리가 마련됐지 않겠냐"고 회동 분위기를 설명했다.
◇ "김무성 흔들기 나설 것" 경계 목소리도
다만 비박계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등에 업은 최 부총리가 총선 전 김무성체제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안심번호 파동 때도 그렇고 김 대표 흔들기 배후에 최 부총리가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귀뜸했다.
현 체제로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 후보로서 김 대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는 동시에 친박계의 설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그 전에 김무성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이것이 비박계가 최 부총리를 의심하는 이유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으로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다 있지 않겠냐"라며 "김무성 호(號)가 순항하면 최 부총리의 당내 입지도 그만큼 줄어드는 만큼 단순히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