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민주노총은 전날부터 이어진 밤샘회의 끝에 한 위원장이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경찰이 조계사에 진입하며 조계종 측과 대규모 물리적 충돌을 빚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한 위원장에게는 "'가혹한 결단'의 시간", 민주노총에게도 "'고통스러운 번뇌'의 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앞서 지난 6월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시위대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뒤 16일부터 조계사에서 도피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경찰과 조계종, 민주노총은 물밑접촉을 계속해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 9일 경찰이 조계종 경내에 경력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관례적으로 '치외법권' 지대로 취급돼온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13년만에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 진입을 시도한 것.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더이상의 갈등은 종단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고, "다음날 정오까지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며 경찰 진입을 막아섰다.
그동안 '조계종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태도에서 한걸음 나아가 "다음날 정오까지 해결하겠다"고 못박은 것.
이같은 태도 변화는 경찰과 조계종간 한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상당 수준 의견조율이 됐다는 추측을 낳았다.
바꿔 말하면 이는,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에 대해 '조계종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 위원장이 계속 조계사 경내에 머무르며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다면 다시금 경찰의 강제진입 시도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자칫 민주노총이 경찰과 조계종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지난 5일 성공리에 치른 2차 민중총궐기가, 의도치 않게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2차 민중총궐기가 '평화' 집회로 규정된만큼, 상대적으로 1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평가는 '비평화'집회, '폭력' 집회로 대조되면서 이를 주도했던 한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체포 논리가 강화되는 역설이 빚어진 셈.
아울러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한 민중총궐기의 의의가 어느새 한 위원장 개인의 신변 문제로 축소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미 전날 경찰이 조계종 강제 진입까지 불사하며 체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한 위원장의 경찰 출두를 피할 수 없다면, 시간을 끌기보다는 새로운 대(對)정부 투쟁 동력을 얻어 총파업 국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이 한 위원장의 경찰 출두를 밝히면서 "한 위원장이 어디에 있던 민주노총은 총파업 투쟁을 더 강력하게 실천할 것"이라며 "모든 역량과 분노를 모아 16일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힌 까닭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