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지난 1일 미국 정부로부터 21개 기술에 대한 EL 승인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미국 측으로부터 큰 틀에서 21개 항목에 대한 기술이전을 받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헬멧 시현장치(HMD) 통합기술, 항공전자시스템 운용프로그램(OFP) 설계기술, 공중급유장치 통제설계기술 등이 대상 기술이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우리 정부 협상단에게 미국 정부는 "KFX 사업에 대해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maximum extent possible)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결과에 고무된 방사청은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정식 사업계약을 체결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미국 측 협조의지가 확인됐지만, 이는 KFX 사업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란 점에서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당장 기술이전 의무를 지고 있는 록히드마틴과의 세부협의 과정에서 어떤 암초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방사청은 "T-50 훈련기 개발 때 세부기술 이전과 관련해 록히드마틴과의 양해각서를 11차례 개정한 바 있다"면서 향후 지속적인 추가협의의 필요성을 강조한 상태다.
21개 기술은 각각 수십에서 수백개 세부항목으로 나뉜다. 세부기술의 이전방식이나 시기 등을 놓고 록히드마틴과 이견이 생길 수 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훈련기보다 전투기가 훨씬 복잡하다. 방사청은 큰 틀에서 이전합의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큰 틀의 21개 기술이전은 승인됐지만, 세부기술 가운데 필수적인 것들 일부는 넘겨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1개 기술은 사업 진행상황을 감안해 이전받는다. 사업초기에 시제기 시험비행기술 등 말기 기술을 미리 받을 필요까지는 없다”며 “핵심은 미국 정부가 기술이전에 동의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더라도 정작 큰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KFX 사업의 중대변수는 21개 기술이 아니라,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4대 핵심 기술이라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완고한 입장 탓에 우리 정부는 4대 핵심기술의 EL 승인신청조차 못했고, 4대 핵심장비의 체계통합기술의 EL 승인신청은 거부당했다.
방사청은 이들 핵심기술을 제3국 제휴나 국방과학연구소 등의 자체 개발로 확보한다는 방침인데, 사실상 여기에 KFX 사업의 명운이 걸려 있다.
T-50 개발에 참여했던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연구소장은 "21개 기술은 우리가 이미 80~90% 수준에 있는 것들로, 받으면 좋고 못받아도 자체 개발하면 되는 정도"라며 "핵심은 4대 기술"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