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연장을 자랑하는 국가대극원은 베이징의 문화·예술을 상징하는 공연 시설물로, 이들의 방중 공연은 북중 관계 해빙의 또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9일 공식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의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이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12∼14일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평양발 기사에서 "공훈국가합창단과 모란봉악단이 중국 친선방문 공연을 위해 9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합창단과 악단은 최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인솔하고 있다.
북중 관계를 조율하는 주요 당정 인사들도 대표단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들의 공연은 중국 당원이나 공무원, 중국 주재 외교관 등으로 관람 대상이 제한됐고 2천 장의 관람권을 중국 혹은 북한 측이 한꺼번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가대극원 웨이보나 홈페이지에서는 이들의 공연 일정을 찾아볼 수 없다.
초청 주체는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나 문화부 등 문화 관련 기관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10일)을 맞아 평양을 방문했던 중국의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전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북한 대표 악단의 방중에 대해 양국 간 우호를 증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모란봉 악단 공연은) 외교부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일정을 모르고 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또 "우리는 조선(북한)이 중국의 이웃이고, 우리는 조선과 계속해서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를 원한다고 말해 왔다"라며 "이런 관계는 양국과 지역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조선이든 일본이든 혹은 그 어떤 국가가 됐든, 민간이 진행하는 각양 각색의 교류와 협력은 모두 인민 간의 상호 이해와 우의를 두텁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2012년 결성된 모란봉악단은 북한 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10인조 여성 밴드로, 이들의 방중을 계기로 양측의 해빙 속도가 한 층 빨라질지 주목된다.
김정일 시대 때만 해도 북한의 피바다가극단 등이 중국 대도시들을 돌며 초청 순회 공연을 하며 북중 혈맹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으로 양측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의 대표악단들의 중국 순회 공연도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북중 관계에 밝은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의 지도층 중에서 과연 누가 이번 공연을 관람하게 될지, 또 공연 대표단을 중국 측에서 누가 만날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