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의 격정 토로에 대해 그만큼 절박한 심경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언어의 품위 논란과 함께 박 대통령이 요구하는 법안 통과를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이 7일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한 발언은 여러 면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정치권에서 호소를 할 것인가. 국민안전을 지키고 경제를 살려서 아들 딸들 모두 일자리 많이 만들어 드리겠다, 그런 것이 주가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역설해, 법안 통과 문제를 총선 이슈로 제기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제 2의 총선 심판론으로 분석됐다.
내용적인 측면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박 대통령이 구사하는 언어였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구어체 화법을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경제 살리기도 사실은 항상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거를 놓쳐버리면 기를 쓰고 용을 써도 소용이 없거든요."
"그런데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는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하는 거예요. 한 숨만 쉬고. 그래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집니까, 뭐 방법이 없는 거예요."
"사실 이런 게 돼야 경제체질이 튼튼해지는 거지, 어디 돈만 갖다가 붓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끙끙 앓는데 계속 뭐 저기 먹어라 먹어라 한다고 그 병이 낫겠어요? 이런 체질을 우선 고쳐야지."
"이것도 참 급합니다, 사실은요. 이것도 또 늦어지면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겠어요?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놔야지."
'절제' 보다는 일반 대중에 확 들어오는 표현을 마구 동원해, 국회의 직무 방기와 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대중들에게 최대한 부각시켜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한 발언과 비교해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다"며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답답한 심경에서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어체 화법을 반복적으로 쓰면서, 국회의 무능과 역할 방기 등 국회의 책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며 총선에 대비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날 회동에 참여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의 "사실 제가 대통령님 요즘에 별명을 하나 새로 얻었습니다. '이종걸 스토커'라고 합니다. '이종걸 스토커', 이종걸 새정련 원내대표 스토커가 됐습니다"라는 발언과 짝하여 언어의 품위 논란도 제기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야당 지도부를 만나 직접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야당 원내대표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날선 비판을 하는 상황에서 과연 야당 측이 박 대통령이 요구한 법안 처리에 호응할 마음이 생기겠냐는 반응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의 법안 처리 요구에 대해 "삼권분립에도 명백하게 위배되는 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통령이 법안 통과 지연에 따른 답답함 심정을 여과 없이 표출한 것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은 연내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선거를 감안할 때 페기될 가능성 높다는 절박한 심경에 따른 것으로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국회가 마지막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충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8일 국무회의에서도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되어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청년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국회를 연일 비판했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에 대해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라는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대중의 마음에 꽂히는 구어체 표현으로 단기적으로는 법안 통과에 대한 호소력을 배가시킬 수 있지만, 절제되지 않은 강한 표현이 거듭되면 인플레이션처럼 말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여야 협상의 여지를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