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post2020)는 2020년 이후 전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을 논하는 자리지만, 몰디브와 같은 작은 섬나라들은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질 직접적인 위험이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달라고 호소하는 이들 국가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이번 기후 정상회의에서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상회의에서 크리스천 미크로네시아 연방 대통령은 “유엔이 전지구적 비상사태를 선포해 전세계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고, 로레악 마셜제도 공화국 대통령은 “내가 아는 모든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바로 여기 모인 당신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절박함을 호소해 큰 공감을 사기도 했다.
몰디브는 현재 AOSIS, 즉 군소도서국가연합(Allicance of Small Island States)의 의장국으로,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있는 국가들의 목소리를 취합해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쏘릭 이브라힘(47. Thoriq Ibriahim) 몰디브 환경장관은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3일, 파리 르부르제 기후변화협약 총회장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군소도서국가들은 이미 25년 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경고해왔지만 그동안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987년 몰디브는 큰 해일이 닥쳐 상당수 인프라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은 이후, 점점 잦아지는 해일이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이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군소도서국가들이 1990년 AOSIS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은 시작점일 뿐”이라며 “이번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공정한 합의를 이루고, 앞으로 모든 나라들이 감축목표에 역행(slide back)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 전세계에서 4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기후변화를 이야기 하고 있고, 전세계 정상들이 회의를 열어 정치적 모멘텀이 확보됐다”며 기후협상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이브라힘 몰디브 환경장관은 한국에 대해서는 특별히 기술이전을 요청했다. 그는 “재정지원도 필요하지만, 한국은 기술과 인적자원이 발전한 나라”라며 “특히 해수담수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구체적으로 집어서 말했다.
몰디브는 잦아지는 태풍과 해일 피해로 담수가 바닷물에 오염됐고, 현재 식수원을 빗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건기가 길어지면서 몰디브의 유인도 220개 가운데 상당수 지역이 물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몰디브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몰디브는 평균 1.5~2미터의 해발고도에 위치해 해수면 상승과 해일, 파도 등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마셜 제도 등 일부 섬나라들은 이미 일부 주거 지역까지 바닷물이 차올라, 벌써 기후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이브라힘 장관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각국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가 더 늘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몰디브 같은) 작은 섬나라들을 살리는 것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것”이라며 “2020년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당장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