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는 선진화법 때문에 예산정국이 아닌 평시에는 소수당에 발목잡히지만 예산안 처리때는 오히려 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측면에 주목하지만 야당에서는 반대로 예산심사가 부실해 진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8대 국회 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 법안처리를 막고 국회 본연의 '합의정신'을 되살리자며 개정됐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전에는 새해 예산안은 여야 간 힘겨루기로 헌법이 정한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넘겨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서야 처리되기가 부지기수였다.
또 평소에는 '법안 날치기'를 둘러싼 여야의 몸싸움이 비일비재했던 국회의 구태를 봉쇄하기 위한 취지도 선진화법 마련의 이유가 됐다.
국회선진화법은 두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해 여야 합의안을 내지 못하면 12월 1일 0시를 기점으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함으로써 예산정국에서는 정부여당에게 약이 되지만 야당에게는 독이 되는 특성이 있다.
반대로 쟁점이 있는 법안의 상정은 ‘재적의원 5분의 3 의 찬성을 받도록 해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법안을 상정해 날치기 처리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평상시 법안처리에는 여당에게는 부담으로 소수당에게는 날치기 처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약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선진화법의 특성은 이번 예산 정국에서도 여지없이 작용했다.
여야 지도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야당 강경파들이 '관광진흥법'의 문제를 이유로 합의를 파기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예산이 정부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야당이 원하는 수정내용을 반영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결국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었다.
특히 지난해 예산때와는 달리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야당으로서는 한 푼의 예산이라도 지역구를 위해 끌어와야 한다는 절박감이 이런 특성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야당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
결국 예산에서도 적당한 선에서 나름의 주고받기를 하고 법률안에서도 정부 여당이 관심을 기울인 관광진흥법이나 '의료 해외진출 및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에 관한 법'으로 이름이 바뀐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야당이 공을 들인 대리점 공정화법,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환경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 등을 적당히 섞어서 처리하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이에대해 선진화법이 국회를 무력화 시킨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신청한 새누리당은 적어도 예산정국에서는 정부여당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헌재의 판단을 받아 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측은 법안의 날치기 통과를 막을 수 있다는 순기능은 인정하면서도 예산안의 정부안 자동부의 제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은 예산과 법안을 연계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정부 예산안이 자동부의 되는 조항은 예산의 주도권을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버리게 돼 국회의 기능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회선진화법을 일부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도 맥을 통하는 일이다.
반면 국회선진화법 제정에 앞장섰던 여야 의원들은 국회가 이 법을 뛰어넘어 ‘의회민주주의’의 정신을 되살릴 것을 주문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폭력으로 얼룩졌던 18대 국회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기 위한 극약처방이 국회선진화법”이라며 “앞으로 이 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회가 정상 운영 될 수 있도록 정치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도 “국회선진화법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고, 국회 운영을 정상화시키는 성과의 배경이 됐다”며 “법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밀어붙이기식 협상 태도는 국회가 반성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만들어진 뒤 두번째 예산정국을 넘긴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여야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