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 사회를 종교(기독교 복음주의)와 국가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망한다. 청도교 이주라는 건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종교는 "탈제도화되는 대신에 공공화" 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출현한 근본주의적 복음주의는 성서를 완고하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형태로 사호적 문화적 개방의 흐름에 강하게 저항을 해왔다. 특히 부시 정권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의 영향을 받아 9.11 테러라는 참극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통해 되갚으려 했다. 더불어 테러와의 전쟁을 종교적 성전으로 승화시키고 세계를 선과 악의 세력으로 양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이슬람 극단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IS와 같은 새로운 골칫거리의 출현을 낳았다. 이제 테러와 전쟁의 위협은 서아시아 일대는 물론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한편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진보적 복음주의가 영향력을 갖게 된다. 진보적 복음주의는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달리 신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다. 이들은 사회의 다양한 쟁점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빈부격차 문제 해결, 낙태 허용, 성소수자 권리운동에 나섰고, 오바마 정부의 진보적 정책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노력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동성 결혼이 대법원에서 합법화 판결은 받는 것과 같은 성과로 이어졌다.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진보적 복음주의 간의 입장차와 갈등은 부시 정권과 오바마 정권의 행적에서 볼 수 있듯, 종교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테러와의 전쟁은 지금보다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태식 지음/ 페이퍼로드/336쪽/ 1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