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은 20일 열린 총무회에서 청일전쟁(1894년)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생각하는 본부(본부장 다니가키 사다카즈 간사장)' 설치를 승인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자민당은 창당 60주년 기념식 행사를 개최하는 오는 29일자로 본부를 공식 출범시켜 이르면 다음 달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역사검증 본부 책임자를 맡은 다니가키 간사장은 이날 총무회에서 "당의 역사 및 국가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배우는 '배움의 터'로 만들겠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자민당 총재) 직속기관으로 설치할 방침임을 밝혔다.
역사검증 본부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으로 돌입한 경위, 중일간 대립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난징(南京)대학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테마로 다룰 예정이다.
또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도 검증 대상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은 현재 강사로 초빙할 전문가 리스트를 정리하고 있다.
자민당은 검증의 결과물인 보고서를 정리, 발표하지 않고 공부 모임 형식으로 검증을 진행키로 하는 등 파장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8월 14일 발표)로 역사인식 문제를 봉합하려 하는 듯 했던 아베 정권이 다시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물타기를 시도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간접 화법으로나마 거론했던 아베 담화의 진정성 논란도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자민당의 역사검증 조직 설치 추진 사실이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지난 13일 "향후 일본 정치권의 관련 동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며 "만약 그런 위원회가 설치되어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악용된다면,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며 경고했다.
또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하원 의장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역사수정의 움직임이 슬며시 다가오고 있다"며 역사 검증 조직 설치 준비 자체가 "우려를 불러 일으키며, (역사 수정의 조류를) 충분히 상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정권은 작년에도 아베 총리의 국회 발언을 통해 군위안부 제도에 일본군과 관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고노담화 검증을 실시해 한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