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만에 판문점 회담…남북관계 훈풍 불까

지난 8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사진=통일부 제공)
남측의 잇따른 당국회담 제의에 묵묵부답하던 북측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20일 통일부에 통지문을 보내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오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자고 제의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다행한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9월 21일과 24일, 10월 30일 세 차례에 걸쳐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난 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8.25 합의에서 밝힌 대로 남과 북의 상호 관심사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논의를 하루 속히 시작할 수 있기를 최대한 기대한다"며 사실상 당국회담 개최를 재차 제의했지만 역시 별무소식이었다.

북한은 오히려 1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남북대화에 진전이 없는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하루 만에 같은 조평통 명의로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제의함으로써 남북관계는 다시 유화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남북은 지난 8월25일 지뢰도발 사건을 계기로 열린 고위급 접촉 결과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에 대화와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공동보도문 제1항)는 것에 합의했다.

북한은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이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나 이산가족 상봉 등에 따른 실무적 어려움 때문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여전히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몸값 높이기'를 시도해왔다.

그랬던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은 대화 공세를 통해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어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초청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할 의도가 있었으나, 최근 IS의 파리 테러 사건으로 방북이 늦어지자 남북대화를 통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본 회담에 앞서 회담 명칭과 급, 규모, 의제 순서, 장소 등의 포괄적인 내용이 협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의제 설정을 놓고는 남북간에 팽팽한 샅바싸움이 예상돼 결과를 쉽게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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