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은 어떻게 '절대권력'을 갖게 됐나

'권한 없는' 주민, '공생관계' 국회의원…개선 요구 높아져

한 신입사원이 첫날부터 무단결근을 했다. 3개월 만에 나오더니, 본인의 일은 않고 다른 직원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분란을 일으키거나 싸움질만 한다.

일반 기업이었다면 이 사원은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이렇게 하고도 월급까지 꼬박꼬박 챙긴 '신입사원들'이 있다. 바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대전 서구의회 의원들이다.

지난해 7월 출범과 동시에 감투싸움에 돌입. 전국 최장기 파행. 전국 꼴찌 개원.

의회는 개점휴업이었지만 2억원이 넘는 세비는 받아갔고, 반납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그 후 1년. 서구의회 의원들의 활약상(?)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장에서 촬영된 아래의 동영상 시청을 권한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5. 11. 11 '난투극' 대전 서구의회, 막장의 끝은 어디? 10. 23 [영상]'국회의원 부러웠나?' 대전 서구의원들 '난투극')

약 1년 5개월간 이런 모습을 보였음에도 서구의회 의원들은 '건재'하다. 줄곧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들의 거취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구의원들은 어쩌다 이런 '절대권력'을 갖게 됐을까.

◇ 의회의 주인? '권한 없는' 주인

먼저 의회의 주인이라는 주민에게는 사실 힘이 없다.

유일한 제재 수단인 주민소환제. 선출직 공직자를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할 수 있는 제도인데, 투표라도 해보려면 먼저 전체 유권자의 10분의 1의 동의를 받아와야 된다. 해임은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의 찬성이 나와야 가능하다.

평범한 주민들이 시도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여기에 구의원 당선에는 사실상 주민들의 표보다 중요한 요건이 있다. 바로 '기호 순번'.

복수공천이 이뤄지는 기초선거에서는 정당 기호 뒤에 '-가', '-나' 등의 순번이 붙는데, '-가' 순번의 당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그리고 이 순번을 정하는 것은 소속 정당이다.

구의원들이 주민보다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정당 간 힘겨루기와 감투싸움이 구의회의 주된 의정활동이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없는 권한만큼 저조한 주민 관심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본회의장에서 난투극을 벌인 대전 서구의회 의원들.

◇ "국회의원과 구의원은 공생관계"

구의원들의 행태에 분노한 주민들의 화살은 정당으로 향한다. 왜 공천한 의원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지난해 서구의회 최장기 파행 당시 각 시당위원장들은 "지방자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의회 본회의장에서 난투극까지 벌어졌지만 현 시당위원장들 역시 공식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주민소환제 등의 제도적 보완은 '법'을 바꿔야 되는 문제인데 이 또한 국회에서는 개정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구의원들 상당수가 지역유지나 마당발"이라는 말로 이유를 설명한다. 다시 말해 동원력이 되는 사람들이라는 것.

정당과 현역 국회의원들이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는 것은 동업자 의식도 있지만 선거판에서 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총선 1년이 채 안 남은 요즘은 더욱 그렇다.

한 정치권 인사는 "국회의원과 구의원은 공생관계"라고 전했다.

◇ '절대권력', 둘 것인가 깰 것인가

'절대권력' 서구의회의 폐해는 지역 현안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아닌, 내년 4월 총선에서 이 문제를 다루자는 여론이 최근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총선에서 지방자치의 실질적인 쇄신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 제도는 물론 구조적 개선의 키를 사실상 중앙정치인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그리고 정당공천의 책임을 각 정당에 지울 수 있는 장치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지 총선 후보들의 생각을 듣고 이를 지역에서 평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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