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김이수·서기석 재판관은 지난해 6월 "물포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구체적인 사용 근거와 기준 등이 법률 자체에 직접 규정돼야 한다"는 위헌 의견을 밝혔다.
이는 2011년 11월 국회 앞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집회에 참여했다가 직사살수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찢어지고 뇌진탕 부상을 당한 2명이 낸 위헌소원에서 다수의 각하 결정에 반대한 소수 의견이었다.
이들 3인의 재판관은 물포 사용기준이 경찰청 훈령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는 게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으로,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영역은 행정에 맡길 게 아니라 입법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따라서 "물포는 수압이나 사용방법 등에 따라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경찰장비이므로 구체적인 사용 근거와 기준 등 중요한 사항은 법률 자체에서 직접 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8년과 2012년 경찰에 물포의 구체적인 사용기준을 법령에 규정하라고 권고했지만, "위해성 경찰장비는 최소한도로 사용한다" 조항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들이 이처럼 물포 사용기준을 법률로 규정하자는 이유는 너무 위험하다는 데 있다.
경찰청의 물포운용지침에는 직사살수의 경우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3인의 재판관은 먼저 "근거리 직사살수의 경우 발사자의 의도이든 조작 실수에 의한 것이든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슴 아래 부분만 겨냥하도록 한다고 하더라도 직사살수를 맞게 되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나 가슴에 맞을 수도 있어 가슴 아래 부분만 겨냥한다는 규정의 실효성 또한 의문"이라고 했다.
4년 전 여의도에서 있었던 직사살수 부상에 대한 판단이 지난 주말 농민 백남기(68)씨에게 벌어진 일과 무관치 않게 된 것이다.
'직사살수의 세기를 3000rpm(15bar·1㎠당 15㎏의 무게가 전해지는 것과 같음) 이하'로 둔 운용지침도 논란이다.
그런데 경찰이 밝힌 백씨에 대한 살수는 2500~2800rpm로, 살수차와 백씨와의 거리는 불과 7~8m여서 지침도 어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직사살수 사용 요건을 "도로 등을 무단 점거해 통행이나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따르지 않는 경우"로 둔 경찰의 자의적 기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운용지침상 백씨에게 직사살수를 사용할 수 있는 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사실상 기본권과 신체 보호에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백씨 가족과 상의해 다시 헌법소원을 낼지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당시 "근거리에서의 물포 직사 살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적고, 설령 법령상 한계를 위반한 물포 사용은 법원 판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위헌소원을 각하했지만, 경찰의 과잉 진압을 묵인한 안이한 결정이었다는 목소리가 이미 헌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당시 3인의 재판관은 "집회와 시위의 해산을 위한 물포의 반복 사용이 예상되며, 헌법재판소도 이에 대해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으므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