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신당동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등장했던 살수차의 내부구조와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시연에 사용된 살수차는 2011년식 모델로, 집회 때 농민 백남기(69)씨를 쓰러뜨린 2005년식과 거의 유사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4톤의 물이 들어가는 살수차에는 최고 10m까지 올라가는 '붐대'와 지붕 위 2군데에 물 사출구가 있다. 지붕에 있는 사출구의 직경은 60mm, 붐대는 45mm다.
사출구 말단 윗 부분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카메라가 찍은 영상은 살수차 내부에 설치된 15인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41만 화소인 모니터는 4분할돼 위쪽 2개 화면에서는 각각 붐대와 지붕에서 물대포가 어디로 나가는지 볼 수 있게 돼 있다.
하단 화면 중 하나는 후방을 비춰주고, 나머지 하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차량에는 2명의 경찰관이 탑승하며 조수석에 앉은 경찰관이 모니터 화면을 통해 외부 상황을 판단하고 물대포를 조종한다.
집회 당시 백씨가 쓰러진 후에도 계속 물대포를 쏜 데 대해 경찰은 살수차를 조종한 경찰관이 화면상으로 백씨가 넘어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시위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살수차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살수차 물대포의 압력(rpm)은 최고 3000까지 높일 수 있다. 사정 거리는 60m가 최대다.
경찰은 먼저 소량의 물을 뿌리는 '경고 살수'를 시연한 뒤 1000rpm으로 물을 위로 흩뿌리는 '곡사 살수'를 해보였다.
이후에는 붐대를 최고 높이인 10m까지 높여 20m에 1500rpm, 15m에 2000rpm으로 '직사 살수'를 하는 등 살수의 강도를 점점 높였다.
경찰이 물이 가장 강하게 나가는 10m에 3000rpm으로 설정해 물을 쏘자 강한 물줄기가 바닥을 뚫을 듯이 내리꽂혔다.
경찰은 백씨에게 물을 쐈을 당시 rpm이 2500∼2800이었다고 설명했다.
시연 차 내부와 통신은 모두 무전기로 했다. 실제 시위 현장에서도 현장 지휘관의 무전을 받고 물대포를 조종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 내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외부 상황을 즉각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경찰은 백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때 외부에서 어떤 정보도 전달받지도 못해 백씨와 그를 부축하려던 시위대에 계속 물대포를 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거리와 rpm은 현장 상황을 보고 그때그때 설정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설정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규정까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의 안전을 담보하는 규정을 뒤늦게라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