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도를 보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나요?

[신간] 사운드맵 : 음악으로 그린 서울 지도

혜은이의 '제3한강교'부터 싸이의 '강남스타일'까지. 서울을 담은 노래들이 우리의 귓가를 맴돈다. 서울은 어떤 노래를 탄생시키고, 노래는 서울을 어떻게 비추고 있을까. 신간 '사운드맵 : 음악으로 그린 서울 지도(지은이 이진성·박재철·이영미, 펴낸곳 라임북)'는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다.


'길을 걷거나, 책을 보거나, 짐을 나르거나, 음식을 하면서,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흥얼거리는 익숙한 노래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노래 속에는 리듬이 있고 선율이 있고 가사가 있다. 그리고 우리가 터 잡고 살아가는 장소의 흔적도 있다. 그것을 '장소성'이라고 칭해 보면 어떨까? '장소성'이라는 이름의 풍속사와 문화사와 사회사가, 다양한 그 역사의 갈피갈피들이, 익숙한 노래에 슬쩍 끼워져 있다면 말이다.' (9쪽)

책은 가장 먼저 1부 '한강, 노래를 가르다-강남과 강북'을 통해 한강을 사이에 둔 강남과 강북, 이 장소성이 만들어 낸 노래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위적인 개발로 아파트 숲, 소비와 유흥 문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강남이 탄생시킨 노래들, 강남과는 다르게 옛 도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인 강북이 탄생시킨 노래들을 비교해가며 살펴볼 수 있다.

2부 '청계천, 노래 사이로 흐르다-북촌 종로와 남촌 명동'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다른 운명의 길을 가게 된 북촌과 남촌의 변화 과정을 그린다. 음악 감상실, 생음악 살롱, 음악 카페 등이 모여 있는 '유행 1번지'였던 명동과 학생들의 거리이자 대중적인 공간이었던 종로에서 흘러 나오던 노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밖에 3부에서는 젊은이들의 해방구 이태원과 대학로, 신촌, 홍대 앞에 각각 어떤 역할을 했고, 그 해방구에서 나온 음악의 역사는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마지막 4부는 고단한 서민들의 삶을 담은 지하철 1호선 청량리, 영등포, 구로, 동대문을 중심으로 도시 사람들의 애환을 이야기한다.

◇ "사람은 장소를 발명하지만, 노래는 장소를 발견합니다"

이 책은 지난 2013년 CBS라디오에서 방송된 4부작 특집 교양 다큐멘터리 원고를 글로 옮겨 담은 것이다. 이 특집 프로그램은 제26회 한국PD대상 라디오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책의 주된 소재인 노래를 소리로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대신 노래 가사를 수록하고, 대중문화평론가, 교수, 뮤지션들의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구어체로 실어 읽는 맛을 살렸다. 또한 '대한뉴스', '장군의 아들', 'O양의 아파트' 등 영화 음향을 쓴 부분도 대사를 녹취해 적고 지문을 붙여 독자가 소리와 장면을 머리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남이라는 곳은 인위적 개발에 의해 성장을 재촉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한 곳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노래들이 활기찰 수밖에 없었어요. 트로트라도 밝은 장조 노래였죠. 주현미, 현철의 트로트들이 다 장종에, 밝았어요. 그게 뭐냐. 강남은 한마디로 성장 중이라는 거거든요.' - 음악 평론가 임진모 (38쪽)

'음악 할 곳이 그땐 그다지 없었어요. 그래서 소문을 듣고 또 음악다방 DJ들의 얘기를 듣고 간 곳이 종로 무교동의 세시봉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유행이 모인 명동의 오비스캐빈이 있었죠. 여기서 잠시 저녁 무대에 섰었고. 무교동 세시봉에는 송창식과 윤청주의 트윈폴리오. 그리고 조영남 씨 '딜라일라'가 있었는데, 정말 대단한 인기더라고요. - 가수 한대수 (115쪽)

이처럼 내로라하는 평론가, 뮤지션, 연구자들이 직접 서울을 담은 노래들에 담긴 시대와 역사를 말해준다. 이들은 배추밭에서 서울의 중심으로 급부상해가는 모습을 담은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와 윤수일의 아파트', 강북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스며있는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들려준다.

또한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들국화의 '행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 등 시대의 흐름과 함께 탄생한 대중음악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도 설명해준다. 우리가 사랑했고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다시 추억하고 되새겨 볼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사람은 장소를 발명하지만, 노래는 장소를 발견합니다. 두 귀를 타고 흐르는 우리 시대의 노래들이 발견한 그때 그 곳은 어떤 장소들이었을까? 어떤 사연들을 꼭꼭 숨기고 있는 곳이었을까? 귀를 기울여 그 곳을 다시 찾아가 봅니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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