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CBS 기자와 만나 "서울역 고가공원사업이 경찰과 국토부의 비협조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이런 상황에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사업이 백지화될 수도 있느냐?"라는 질문에 "화가 치밀지만 최악의 경우, 백지화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안전이다. 서울역고가차도는 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을 받아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거가 시급하다"며 "고가차도에 차량통제는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서울시는 오는 29일 0시부터 서울역고가차도에 차량진입을 전면통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차량을 통제한 이후에 고가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곧바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차량통제만 단행하고 본격적인 공원조성 사업은 무기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공원조성사업이 백지화되는 셈이다.
백지화의 단초는 경찰로부터 비롯됐다. 경찰은 지난 7월 28일과 8월 27일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이하 교통심의위)에서 서울역고가공원 교통대책 심의를 보류했다. 사실상의 불허다.
경찰은 지난달 초와 이달 초에도 교통심의위를 열었지만 서울역고가공원 문제는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않았다.
경찰의 보류 이유는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여러차례 교통대책을 보완해 경찰측에 심의 가결을 요청했지만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며 국토부에 떠넘겼다.
국토연구원측은 지난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국토부는 서울시측에 이를 공식 통보하지 않고 있다.
총선출마를 위해 유일호 국토부 장관이 사퇴한 뒤 강호인 장관이 내정된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다룰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다.
경찰과 국토부가 서로 떠넘기기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은 차량통제를 일주일 앞둔 오는 23일쯤 대시민 호소문 발표 겸 정부·여당에 통큰 협조를 당부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서울시측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노무현 정부가 청계천복원 사업을 흔쾌히 지원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이와관련해 박원순 시장은 CBS 기자에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특히 서운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원순 시장의 한 측근은 "박 시장은 서울역고가공원 사업을 대권프로젝트 차원의 치적쌓기로 보는 시각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원치않는다"고 전했다.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 관계자는 "안전문제는 서울시 소관이기 때문에 경찰심의 여부와 관계없이 차량통제는 할 수 밖에 없다"며 "공원조성 사업 진행 여부는 차후의 문제"라고 밝혔다.
기획단측은 차량 통제 이후, 서울역으로 연결되는 각 진입로 주변에 '운전주의'와 '사고위험'을 경고하는 표지판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서울역 일대에 차량혼잡이 가중되면서 고가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970년에 세워진 서울역고가차도를 2017년에 공원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미의 '서울역 7017프로젝트'는 2017년의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