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의'에 발목잡힌 軍 선교.."세례자 수 급급, 회심이 더 중요"

[앵커]

한국교회의 군 선교 활동이 군 장병 세례자 수 늘리기에만 치중하는 등 지나치게 물량화 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성장주의의 폐단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교회와 닮은꼴이라는 이야깁니다.

송주열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20년 전인 1996년, 한 해 동안 군에서 세례를 받은 장병들은 19만 명에 이릅니다.

1998년과 1999년에는 세례자 수가 각각 20만 명이 넘기도 하는 등 해마다 15만 명이 넘는 장병들이 대규모 진중세례식을 통해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장병들이 모두 군인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거나 제대 후 민간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진 않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300만 명이 넘는 세례자를 배출했지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양육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녹취] 강우일 군종목사 / 60사단 교회
“지금까지는 군대 안에서 명령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의 접근 혹은 전도 혹은 세례 강요가 통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사실 이것이 수많은 부작용과 아픔들을 야기시켰던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한국교회가 군선교 발전을 위해서는 세례자 수 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장병들의 양육에 더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국방부 군종과장 이호열 목사가 10일 국군중앙교회에서 '청년과 장병전도' 북콘서트를 갖는 모습.

국방부 군종과장 이호열 목사는 자신의 저서 '청년과 장병전도' 북콘서트에서 "현재 군선교는 장병 세례자수 늘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회심 과정이 없어 제대 후 신앙생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민간후원기관인 군선교연합회가 주도한 '비전2020운동'에 대해 선교신학적인 고민이 없는 인위적인 산술놀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군선교연합회가 해마다 군 장병 25만 명에게 세례를 베풀어 오는 2020년까지 전 국민의 75%를 기독교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자체가 한국교회의 성장주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호열 목사 / 국방부 군종과장
“우리 군선교가 너무 물량화됐습니다. 조직을 단단히해서 최대한 투입을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해서..외형적으로는 결과가 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사회적으로 청년들이 급감했습니다. 여기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죠."

군선교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군인교회가 장병들과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회심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진중세례식을 통해 세례를 받은 장병들이 자대 배치를 받은 후에도 예수 알아가기와 기독교 세계관 교육, 습관들이기, 소속시키기 등의 신앙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신병들이 세례를 받은 후 소속부대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현행 군선교 모델 보다는 입교와 세례 전 교육, 세례식을 민간교회에 연결시켜 공동 양육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CBS뉴스 송주열입니다.

[영상취재] 최현
[영상편집]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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