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지옥 뚫어도 취업지옥 기다려…
-수험생들, 자책말고 패배의식에 젖지 말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남미 (2008년 대학거부 선언한 학생)
오늘 이 시간에는, 뉴스의 그 이후를 들여다보는 AS 뉴스로 꾸며볼까 합니다. 내일이 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데요. 7년 전 수능 일에는 교육부 앞에서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수능시험이 전국에서 막 시작됐을 그 시간 즈음에, 고3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나타난 겁니다. ‘우리는 공부하는 태엽 인형이 아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대학거부 선언을 한 겁니다. 기성세대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었는데요. 그때 대학거부 선언을 했던 고3 학생들... 25살이 된 지금 어디서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2008년 대학거부를 했던 김남미 씨를 직접 연결해 보죠. 김남미 씨, 안녕하세요.
[CBS 김현정의 뉴스쇼 다시듣기]
◆ 김남미> 안녕하세요.
◇ 김현정> 2008년 그날 아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시죠?
◆ 김남미> 음... 네. 조금 생각나요. (웃음)
◇ 김현정> 그때, 교육부 앞에 모인 그때 몇 명이었습니까?
◆ 김남미> 제 기억으로는 3명 정도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19살 된 3명의 학생들?
◆ 김남미> 네. 그랬었어요.
◇ 김현정> 같은 학교 학생들도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한 곳에 모인 거예요?
◆ 김남미> 제가 고3 초에 청소년 인권단체 같은 데를 인터넷으로 보고 찾아갔었는데, 그때 ‘대학 수능 앞두고 이런 대학거부 행동을 해볼건데 같이 하지 않겠냐’ 해서 ‘그래 같이 하자’ 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 김남미> 기억나는 게, 고3 처음 올라가면 선생님이 아이들을 겁줘요.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라.’ ‘죽어라 달려야한다’라고 해요.
◇ 김현정> ‘1년 동안은 죽었다라고 생각을 해라.’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 김남미> 네. 당장 그렇게 제 안의 순서로는 뭐하고 싶은지도 충분히 찾아보고, 대학은 수단이어야 되잖아요, 원래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니까. 그러면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그 수단을 정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19년 살면서 뭘 하고 싶은지 정해본 적이 여태 없었는데, ‘어떻게 맨 마지막에 해야 하는 걸 맨 처음부터 하지?’라면서 그때 저는 못한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래요. 19살 때까지 학교, 학원 다니면서, 내가 무슨 전공을 해서 평생을 살아야 되겠다라는 이런 각오를 단단히 하지 못하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무조건 시험보고, ‘여기 가, 여기 점수 맞춰서 들어가’ 하면 그냥 가는 건데. 우리 남미 씨는 당시에 그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던 거군요. 하지만 고3 초기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능을 아예 포기해야겠다라는 결심으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 김남미> 청소년들이 사람으로서 존중을 못받고 입시노예만 받고 살아야 되나, 잘못된 거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친구들이 있길래 저도 활동들을 같이했는데. 그러다보니까 좀 자연스럽게 대학도 거부할 수 있지 않을까. 입시가 이렇게 잘못됐다고 다 같이 얘기하면서 살고 있고. 저도 그게 맞는 얘기 같았어요.
◇ 김현정> 뭔가 행동으로 좀 나서봐야겠다라고 생각을 하신 거군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대학수능시험을 실제로 안 봤고 고등학교만 졸업을 하신 거죠?
◆ 김남미> 네.
◇ 김현정> 그 후로 어떻게 지내셨어요, 7년간.
◆ 김남미> 지금은 청소년들을 인문학교육하는 단체가 있었어요. 거기 분들이랑 좀 친하게 지내다가 같이 일까지 하게 된 지 3년이 됐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청소년인권단체에서 활동을 하시는 거군요, 활동가로.
◆ 김남미> 처음에는 그랬었고요. 지금은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경제적으로라든지 어떤 만족감 어떠세요?
◆ 김남미> 아무래도 지금까지 한 게 다 아르바이트였고. 지금 하는 일도 지금 단체일이 돈을 많이 벌 수는 없죠.
◇ 김현정> 돈이 되는 일은 아니죠.
◆ 김남미> 그래서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기도 해서, 30대 다가오고 이런 걸 대비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 막막하긴 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주 안정적인 직장은 아니니까, 경제적으로.
◆ 김남미>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조금 후회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해요. 그때의 선택, 후회하세요?
◆ 김남미> 그런데, 부질 없는 생각인것 같아요.
◇ 김현정> 어떤 의미 일까요?
◆ 김남미> 어차피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갔더라도 요즘 취업난이다 이런 얘기 굉장히 많이 하잖아요. 최악의 취업난이다. 처음에 19살 때는 유예기간이 있으면 좋지않을까, 조금 더 나중에 앞날을 정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 친구들이 대학 생활을 보냈으니까 대학생 친구들 보면 유예기간도 아니예요. 그냥 계속 굴러야죠. 계속 스펙쌓아야하고 계속 자격증 따야하고 그래야하죠.
◇ 김현정> 입시지옥 뚫고 대학 들어가도 또다시 취업지옥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김남미> 그렇죠, 다들 물어봤거든요. ‘너 왜 대학에 안 갔냐.’ 항상 물어보시는데, 이상한 게 대체 왜 가야 하나. 아니, 대학이 요즘 문제가 많다는 얘기 많이 하잖아요. 등록금은 굉장히 비싼데 그에 걸맞는 교육을 제공해 주지도 못하고 거의 기업처럼 변해버렸고 취업 스펙 그런 양산소가 돼버렸고, 이런 얘기들 다 욕만 하시면서 왜 대체 가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요.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요. 왜 그 당시에 그렇게 큰 뉴스가 됐었어야 했는가 여기부터가 조금 의문이라는 생각이세요. 내일이면 또다시 63만명의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봅니다. 그 후배들에게 수험생들에게 위안의 한마디를 주신다면요?
◆ 김남미> 제가 아는 친구가 재수를 하고 나서, 한동안 이 얘기를 달고 살았거든요. ‘나는 쓰레기야.’ 그 친구가 안쓰러운 것도 안쓰러운데 좀 화도 났었어요. 따지고 보면 그 재수생이 걔가 쓰레기가 아니라, 교육제도나 학교가 쓰레기통이라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쓰레기로 만드는 거거든요. 그래서 자기를 소모하지 말고, 왜 자기 탓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욕을 해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자책하지 말고. 패배의식에 젖지 말아라. 이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오늘 김남미 씨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남미> 감사합니다.
◇ 김현정> 2008년 수능 응시 대신 대학거부 선언을 했던 김남미 씨의 그 후. 7년간의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