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재계 그리고 언론계의 권력자들이 있다. 이들 세 사람은 다음 대선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람을 해치는 일까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부자들'은 그런 세 사람의 '내부자'였던 한 남자가, 성공을 위해 정의를 좇는 검사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복수극이다.
잘못된 권력자들을 처단한다는 점에서는 영화 '베테랑'과 닮았지만 '내부자들'은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 깡패 안상구와 검사 우장훈은 각기 동상이몽을 꾸며 만난다. 복수와 조직 내 승진이라는 이해관계가 철저히 맞아 떨어져 결성된 팀인 것이다.
권력의 어두운 면은 훨씬 더 직접적이고 불쾌하다. 사람이 가축이나 물건처럼 취급되는 그곳은 괴물같은 세상이다.
물론 그 세상에 살고 있는 권력자들 역시 괴물과 다름없다. 모든 상식과 도덕 위에 군림하는 이들의 행각은 괘씸하면서도 소름이 끼친다. 그들이 바로 우리 사회를 움직여 왔고, 앞으로도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달콤 씁쓸하게 끊임없이 상구와 장훈을 유혹한다. 때로는 부와 명예를 약속하면서 그리고 간신히 찾아낸 진실을 전복하면서.
영화의 통쾌한 지점은 여기에서 발생한다. 깡패와 검사의 이상한 조합이 절대 권력자 세 명의 합동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던가. 상구와 장훈은 '내부자들'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방식대로 진실을 낱낱이 세상에 드러낸다.
결국 권력에 복종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희생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분명 계층으로 따지면 권력자들보다 한 없이 낮은 곳에 위치하지만 이들은 훨씬 더 가치있는 선택을 하고 그것을 증명해 보인다.
다소 평범한 반전은 부패한 권력의 내밀함과 폐쇄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권력이 부패하는 순간, 그 구성원이 아니면 결코 알 수 없는 진실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성들의 세계를 그린 탓인지 영화는 연출적으로 투박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치밀한 복선과 짜임새를 바탕으로 한 복수극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이병헌, 조승우 그리고 백윤식의 연기는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논설주간 이강희 역의 백윤식은 뻔뻔하면서도 교활한 권력자 그 자체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모습이 꼭 현실 속 그들과 닮아 있다.
안상구 역의 이병헌과 우장훈 역의 조승우, 이들 콤비 연기도 만만치 않게 빛을 발한다. 자칫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는 영화 분위기를 살리는가 하면,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구도를 유지한다. 캐릭터를 무섭게 흡수한 세 배우는 관객들을 몰입으로 끌고 간다.
복수극보다는 고발극이, 통쾌함보다는 깨달음이 더 어울리는 영화 '내부자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