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최창복 연구위원이 'BOK 이슈노트'에 4일 발표한 ‘해외직구에 따른 유통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효과’에 따르면 해외직구가 소비자물가(인플레이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이 해외직구 관심품목으로 분류한 103개 품목 중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에 포함된 품목들의 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가공식품의 경우 올 상반기 해외직구품목의 가격 상승률이 3.6%였으나 그 외 상품은 9.9%로 6.3% 포인트나 낮았다.
내구재는 해외직구품목이 6.9% 하락한 반면 여타품목은 0.7% 올랐다.
섬유제품은 해외직구품목 11.6%, 여타품목 5.4%로 해외직구품목이 더 많이 올랐다. 그러나 이는 교복가격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학교 주관 구매제’ 시행으로 교복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고, 교복을 제외한 여타품목의 상승률은 13.3%로 해외직구품목보다 더 높았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 2006년 발표한 WEO(세계전망)에서 1998~1999년 중 선진국에서 해외직구가 인플레이션에 미친 영향은 –0.5% 포인트, 2002년에는 –0.25%포인트였다. 특히 미국의 경우 수입가격 하락으로 90년대 연간 인플레이션을 약 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정됐다.
해외직구 규모는 지난 2012년 8천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6천억원으로 늘어나 2년 만에 두 배로 급증했다. 초기에는 해외거주 경험이 있거나 명품을 선호하는 20대 여성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직장인과 주부 등 일반인들로 확산되면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해외직구에 대한 면세혜택과 통관절차가 간소화된 이후 해외직구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해외직구가 급성장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 품목의 국내외 가격차가 큰 데다 국내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줄 해외구매 전자상거래의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점,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면세효과” 등을 들었다.
해외직구 활성화는 국내 유통구조를 개선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유통경로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구조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이 과정에서 협상력이 강화된 유통업자가 제조업자를 상대로 가격인하를 요구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영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가격차별화 전략을 어렵게 만든다. 동시에 현지 유통업자의 가격인상 욕구도 제약을 받게 돼 소비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기획재정부 조사에서 독과점 수입품목에 대해 병행수입을 허용한 뒤 아동복과 신발, 캠핑용품 등의 판매가격이 2013년 평균 10~2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