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라지만 애플과 화웨이는 놀랄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스마트폰뿐만아니라 TV, 반도체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면서 삼성과 LG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 삼성-LG는 실적↓ 애플-화웨이는 '훨훨'
지난 29일 공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실적에서 스마트폰 사업 담당 부서는 모두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부는 매출 26조 6100억원, 영업이익 2조 4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하락한 수치다. 판매량은 전분기(8900만대)보다 약 18% 늘었지만 갤럭시S6.S6엣지 모델의 가격조정과 보급형 제품 판매 확대로 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LG전자는 상황이 심각하다. LG전자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는 매출액 3조 3774억원, 영업적자 77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국내를 비롯,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량 감소와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가 하락, 주요 성장시장 환율 영향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과 화웨이는 '글로벌 경제 악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포화 상태'라는 말을 무색케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냈다.
특히 애플은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22%, 순이익은 31% 증가했고 아이폰 판매량은 36% 늘었다.
화웨이 역시 올 3·4분기에 2740만대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63%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고가 스마트폰의 비중이 지난 분기 대비 7% 증가하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33%를 차지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9.5%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시장에서는 9월 말 기준, 15.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스마트폰뿐만아니라 TV, 반도체 분야까지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샤오미는 최근 초저가 대형 울트라고화질(UHD) TV 미(Mi) TV3 출시를 선언했다. 국내 업계에선 '반값TV'라는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이어 UHD TV 시장을 뒤흔들 '제2의 미(Mi)폰' 신화를 만들지 주목하고 있다.
샤오미가 야심차게 선보인 미 TV3의 최대 경쟁력은 역시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불과 88만원으로 국내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동일 크기의 UHD TV 최저가의 30~40% 수준이다.
메인보드와 스피커 등을 별도 구매해야 하지만 총 구매부담이 120만원대라 국산 최저가 152.4㎝ UHD TV의 반값에 불과하다. 샤오미는 내달 3일 중국 시장에서 미 TV3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국산 TV업계는 샤오미의 TV 시장 진입에 대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국은 세계 TV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독 중국에서는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자국 제조사들에 밀려 고전중이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3%로 5위권이며, LG전자는 2.8%로 샤오미에 이어 12위에 머물러 있다.
중국은 반도체 분야까지 삼성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쯔광그룹)은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 샌디스크의 간접 인수를 통해,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TV 등 제조업 전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어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국내 기업이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부단히 높이지 않는 한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처럼 매출 부진에 이어 수익성 악화까지 더해진 상황에도 전략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지난해부터 중저가폰 시장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를 공략하기 위해 중저가폰을 대거 출시하며 힘을 싣고있다. 또 기존의 프리미엄 모델 역시 가격인하라는 초강수를 뒀다. 중저가폰과 프리미엄폰 시장을 모두 다 잡겠다는 전략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싸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과 달리 한국 업체들은 비싸게 만들어 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많이 팔아도 수익성은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 업체들과는 도저히 가격경쟁으로는 당해낼 수 없는데도 기존에 짜놓은 틀과 변함없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수시로 지형이 바뀌고 있어 대대적인 전략수정 없이는 수익성 악화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