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박 전 차관 등 정권 실세와 친분이 있는 포스코 관련 인사들이 회장 선임에 적극 개입한 뒤 이권을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지난 2007년 2월부터 포스코 생산기술 부문 사장을 지냈던 정 전 회장이 2008년 11월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정 전 회장은 회장 후보에서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내부 문제 때문에 계열사 사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으로 해석되면서 전례를 봤을 때 포스코그룹 회장 후보로서 탈락했다는 것이 포스코 내부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은 석 달 뒤인 이듬해 2월 포스코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준영 전 차관의 영향력 때문이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2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만났고, 박 전 차관도 2008년 11월부터 12월까지 윤석만 사장, 박 명예회장, 정준양 사장을 차례로 만나 그룹 회장 인선을 논의했다.
박 전 차관은 그러면서 임기가 1년 가량 남은 이구택 회장에게 사임하고 후임 회장으로 정준양 사장을 지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평소 박 전 차관과 친분이 있었던 포스코 일부 임원을 비롯해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전 회장,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 등이 정 전 회장을 박 전 차관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무리하게 회장 선임이 이뤄지다 보니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투표가 진행됐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 전 회장에게 반대표를 던진 뒤 사외이사를 사임하기도 했다.
정권 실세와 협력업체들의 도움으로 회장에 오른 뒤에는 정 전 회장이 신세를 갚아야 차례였다.
지난 2009년 12월에는 이 전 의원의 지역사무소장이었던 박모씨가 포스코캠텍의 외주업체인 티엠테크를 운영하는데 일감을 몰아줬다.
이밖에 이 전 의원의 측근이 설립하거나 사촌동생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 등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모두 26억여원을 이 의원에게 챙겨줬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또 정 정 회장 재임 기간 동안 동양종합건설이 공사 수주 등에서 특혜를 받은 혐의를 두고 배성로 전 회장을 조만간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이동조 회장이 운영하는 제이엔테크도 정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건설로부터 약 2,000억원의 하도급공사를 수주하는 등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검찰의 파이시티 수사 당시 파이시티가 발행한 거액의 수표가 이 회장의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드러나 박 전 차관의 비자금 통로로 주목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포스코 사유화"라고 표현하며 "실세 정치인이 포스코 측에 특혜 제공을 먼저 요구한 권력형 비리이자 측근들에게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이익을 얻게 한 신종 뇌물사건"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정권 실세와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 선임되면서 처음부터 정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취임 초기부터 안팎으로부터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고 정준양 체제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