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은 지난 28일 박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직후 정식으로 악수를 하며 서로 “오랜만이다”라고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시정 연설을 마친 뒤 통로를 통해 국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려던 순간 “뒤에 이재오 의원이 있다”는 김무성 대표의 말을 듣고 가던 길을 멈추고 뒤로 돌아 두세 걸음을 움직여 이재오 의원과 악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의원을 손을 반갑게 잡으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의원도 “참으로 오래간만입니다”라며 화답했다.
바로 옆에서 이를 지켜본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며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이재오 의원 측의 관계자는 “이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것은 10년 가까이 됐으며 대통령의 손이 따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퇴장할 때 그냥 자리에 앉아있으려고 했으나 강 전 의장이 대통령과 인사를 하게 통로 쪽으로 가자고 이끌자 성화에 못이기는 척하고 통로 부근에 서 있었다고 한다. 이재오 의원의 자리는 본회의장 뒤쪽 야당 의석 쪽에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이 의원에게 손짓으로 대통령께 인사를 하라는 신호를 계속 보낸 것도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이 갈라선 것은 지난 200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부터다.
박 대통령이 강재섭 의원을 당 대표로 밀고 이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원을 받고 당 대표에 출마한 그때부터 반박 또는 비박의 입장을 견지했다.
이 의원은 특히 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때론 직접적으로, 때론 은유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넘는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야당 내에서조차 ‘여당 내 야당 의원 같다’는 이재오 의원이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한 것은 정치적으로 미묘한 의미를 던진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만일 (교과서) 국정화가 친일 독재를 미화하기 위한 여권의 음모라면 나는 분명히 반대자의 명단에 내 이름을 올리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도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다면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서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의 시각은 내용에선 큰 시각차를 드러냈지만 “역사 왜곡이 있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톤은 비슷하다.
이재오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여당 의원으로서의 비판이 너무 잦다는 당 안팎의 우려를 알고 있으며 새누리당을 떠나지 않을 바엔 집권당의 총재 격인 대통령에 대해 마냥 어깃장을 놔선 곤란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의원은 특히 친박 좌장이라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대통령 비판 자제’ 설득론에 귀를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 의원이 지금은 추종하는 의원들이 별로 없다고 할지라도 친이계의 수장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박 대통령과 날을 세우기보다는 일정 부분 협조체제로 나오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총선에서의 자신의 측근들이나 친이계 인사들의 총선을 향한 출구를 열기 위해 박 대통령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재오 의원은 박 대통령과의 악수 인사 뒤 상당히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이재오 의원이 박 대통령과 상시적 대결보다는 사안에 따른 협력체제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 이후 개헌 정국이 전개될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 대통령의 개헌 용인 또는 동조가 없이는 개헌론 제기조차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재오 의원의 변신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