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한산했다. 식당마다 꽂힌 태극기와 '의정부부대찌개'라고 적힌 깃발은 힘없이 바람에 나부꼈다. 건물 사이사이로 걸린 수많은 청사초롱들이 무색해 보였다.
이미 테이블 4개를 차지한 각기 다른 손님들이 식사를 시작한 식당도 있었다. 하지만 초입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텅 빈 곳도 있었다. 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걱정도 잠시, 낮 12시가 넘어서자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회사잠바를 그대로 입고 나온 직장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좁은 거리 사이로는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주차를 안내하기 위해 미리 서있던 직원들과 사장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순간, 손님들이 지난 26일(현지시간)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소시지와 햄, 핫도그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이성주(55)씨는 "뉴스를 봤지만 원래 햄과 소시지를 자주 먹지 않아 개의치 않는다"면서 "오히려 일부 민감한 사람들이 술과 흡연을 많이 하면서 공기 질을 탓하는 것을 보면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강명철(48)씨도 "오히려 가공육이 발암물질로 지정됐다는 뉴스를 얘기하면서 밥을 먹었다"면서 "그렇게 신경 쓰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이어 "매달 두 번 가량 이곳을 찾고 있지만 손님들이 전혀 줄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식당은 강씨의 말처럼 지난 27일 매출이 전혀 줄지 않았다.
다른 식당은 10% 가량 줄었다. 20년간 부대찌개 전문점을 운영한 A씨는 "지금 조금은 매출이 주춤하겠지만 조만간 원상태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면서 "뉴스에 우리나라 사람은 가공육을 많이 먹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매출이 30% 이상 떨어진 식당도 있었다.
34년간 식당을 운영한 B씨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타격이 컸다가 이제 괜찮아 지나 싶었는데 걱정"이라면서 "방송을 못 봤거나 인식을 못한 채 찾은 손님들도 있을 텐데 여파는 점점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편, 의정부 부대찌개거리 연합회는 식당 13곳에 평일 하루 평균 2천명, 주말 하루 평균 4천~5천명이 찾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