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저녁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열리는 공화·민주 양당 TV토론 리얼리티쇼는 내년 초 실질적인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권자 표심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
실제로 양당 대선후보 TV토론이 대선전이 공식화되는 내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대체하는 '대선 이벤트'로 자리잡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폭스뉴스가 지난 8월 주관한 공화당 첫 대선후보 TV토론은 2천400만여 명이, CNN이 주최한 공화당 대선후보 TV토론은 2천300만여 명이 각각 시청했다.
또 CNN이 개최한 민주당 첫 대선후보 TV토론은 공화당보다는 못 미치지만 1천500만여 명이 시청했다. 양당 대선후보 TV토론은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흥행 대박'을 낳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올해 양당 대선후보 TV토론은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스타로 떠오르면서 흥행을 이끌었다는 게 특징이다. 주인공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다.
트럼프 후보는 2차례 열린 TV토론에서 막말 논란에 휩싸였지만 공화당 유권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도 최근 실시된 두 차례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당내 대선주자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트럼프 후보를 누르는 저력을 보였다.
민주당에서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샌더스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했다.
반면, 공화당에서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대선토론을 거치면서 외교안보 정책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다 결국 중도 사퇴했다.
또 대선 출마 시 대세론이 예상됐던 젭 부시 후보도 대선후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도 짐 웹 전 상원의원(버지니아)과 링컨 채피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가 잇따라 경선 레이스를 포기했다.
캐서린 힐 재미슨 펜시베니아대 정치커뮤니케이션 교수는 "TV토론 시청률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강할 시기에 높다"면서 "특히 이번 대선이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확고부동한 대선후보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후보 간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기습적인 질문에 대한 준비되지 않은 응답,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드러나는 대선 후보들의 성격, 핵심 이슈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정치철학 등이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뛰어난 토론자의 자질이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될 수는 없다면서 TV토론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앨런 슈뢰더 노스이스턴대 저널리즘 교수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TV토론은 대선 후보들의 견해에 대한 즉각적인 평가들이 나오면서 부적합한 후보들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반박했다.
케빈 매든 공화당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도 "대선 캠페인은 흥미를 자극하고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TV토론이라는) 기회에서 낙오하면 다른 누군가가 이득을 챙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