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등 일반대학교 역사 교수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와 집필 거부를 선언한데 이어, 신학교 교수들이 단체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희국, 서원모, 박경수, 안교성, 이치만, 김석주, 손은실 이하 7명의 장신대 역사신학 교수들은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제목의 글을 게시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역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글을 인용하며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역사를 독점하거나 미화하거나 왜곡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앙인으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신교는 일방적인 진리 주장이 얼마나 위험하며 자기 혁신에 무능할 수 있을지를 경험했다"고 했다. 또한 "국정화에 대해서도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바로잡는 일임을 깊이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학자로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것.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사고의 획일화를 초래할 전근대적인 조치로,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태도"라고 지적하고 오히려 "다양한 사고의 활성화를 통해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민으로서 국정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조선왕조는 역사 서술과 왕권의 철저한 분리를 통해 국가 경영을 도모했다"고 언급하며 "역사 기록을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현재 야기되는 교과서 국정화에 있어서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최근 교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역사 교과서 내 기독교 분량 확대를 위한 국정화 찬성의 입장을 염두한 듯, 이번 국정화 논란에선 "분량에 대한 이익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이 무엇인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서울장신대학교와 호남신학대학교, 부산장신대학교 등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산하 7개 신학교 교수들과 추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신대 역사신학 교수들이 게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 글은 현재(23일 밤 11시 기준) 해당 글의 조회 수는 2000여건을 넘어섰고 성명서 내용은 SNS 등 온라인을 활발하게 통해 퍼지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들의 입장 전문은 다음과 같다.
역사학자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가르쳤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는 정부가 역사를 독점하거나 미화하거나 왜곡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입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한 우리의 입장"
우리는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는 장로교 소속 교단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로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하 국정화) 사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우리가 속한 개신교는 일방적인 진리 주장이 얼마나 위험하며 자기 혁신에 무능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였다. 개신교는 불의와 위선에 맞서 언제나 당당하게 자기 입장을 주장함으로써 진리를 수호하였고 개혁을 이루었다. 따라서 국정화에 대해서도 우리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를 바로잡는 일임을 깊이 인식한다. 최선의 해결책은 다양한 의견 개진을 격려하는 한편, 비판을 통한 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자로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전, 특히 학문의 발전이 다양한 사고 개발과 자유로운 의사 개진에 힘입어 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정화는 사고의 획일화를 초래할 전근대적인 조치로, 이는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태도이며, 한국 사회와 한국 학계의 문제 해결 능력 및 자정 능력을 불신하는 입장이다. 최선의 해결책은 사고의 다양성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성화를 통한 건전한 견제와 균형이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자랑스러운 한국 역사 가운데, 조선 왕조는 역사 서술과 왕권의 철저한 분리를 통하여 국가 경영을 도모한 바 있다. 우리 민족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다함께 인내와 관용으로 감당하면서 오늘날의 발전을 이루어냈다. 이를 계승하여 현 정부는 국가 발전을 위해 내세운 국민 통합과 창조성을 실현하는 일에 더욱 매진할 과제를 안고 있다. 최선의 해결책은 역사 기록을 정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2절)
2015년 10월 23일
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 교수 일동
임희국, 서원모, 박경수, 안교성, 이치만, 김석주, 손은실 (출처: http://www.puts.ac.kr/js_fis/js_cm/cmNoticeView.asp?seq=3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