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난맥상이 확대되고 있지만 컨트롤타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외교안보팀 전면 교체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 국방부, 日에 뒤통수 맞고 ‘거짓말 논란’까지 자초
방한 중인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22일, 최근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일부 부분을 비공개로 하자는 얘기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 영역에 대해서는 ‘한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발언만 하기로 했던 합의를 깼다”며 ‘사실상의 비공개 합의’가 깨졌다던 국방부의 전날 해명과 배치되는 것으로, 국방부는 이로써 거짓말 논란까지 떠안게 됐다.
앞서 국방부는 “한국의 유효 지배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란 나카타니 방위상의 발언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면서 ‘뒤통수’를 맞은 바 있다.
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축소, 은폐, 짜깁기 브리핑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우리 측 요청이나 동의 없이 자위대 진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에 “한미일 협력의 틀 내에서 협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특히 한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상 발언이 초래한 논란에 대해 당사자에게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 장관은 22일 환송오찬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을 직접 대면하면서도 관련 대응은 전혀 하지 않았다.
◇ 외교장관은 ‘말 바꾸기’ 논란 계기, 안이한 현실인식 부각
한민구 장관이 회담 후폭풍에 곤욕을 치르던 지난 21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연설문 원고를 잘못 읽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그간의 가벼운 언사와 함께 안이한 현실인식이 다시 들춰지는 계기가 됐다.
윤 장관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상황을 오히려 ‘축복’이라 부르고 ‘한미동맹 천하무적’ 등의 조어로 빈축을 샀었다.
지난 19일 국회 답변에선 한미정상회담 후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특유의 강조 어법 때문에 ‘말 바꾸기’ 시비는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 언급만 없었을 뿐 남중국해 문제는 주요 이슈였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 격이란 비판이 나온다.
◇ 이산 상봉 와중에 정보당국은 北 자극…남북관계도 아슬아슬
하지만 이 조차도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계기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 속속 공개되는 바람에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산가족 상봉 첫날인 20일 이뤄진 국정원 국감에선 북한이 청와대와 정부, 국회까지 해킹했다는 정보 등이 공개됐다.
국정원은 또 북한의 운명 공동체 의식이 김일성 시대를 100으로 할 때 김정일은 50~70, 김정은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고 엘리트층의 대거 탈북 등 김정은 정권의 아픈 곳을 후벼 팠다.
이처럼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할 외교안보 사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이슈로 판을 바꿔 가면서 혼선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주철기 수석을 경질하는 것으로 KF-X 파문을 잠재우려 했지만 ‘꼬리 자르기’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오히려 그 직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외화내빈이란 비판과 함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을 포함한 외교안보팀 쇄신론이 터져나온 계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은 피폐한 민생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국정교과서 문제로 ‘역사 전쟁’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