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치매에 걸린 노부부를 통해 한평생의 삶과 사랑과 관계에 대해, 또 그 현상과 이면에 대해 남김없이 천착해 펼쳐 보인다. 한편으로는 치매 걸린 노인의 정신이 먼 과거의 기억을 향해 달려가듯이,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육체가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무너져내려가듯이, 이 소설은 현재 시점에서 노부부가 살아온 과거의 시공간을 종횡으로 오간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헌사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랑에서, 주호백과 닮은 당신, 나는 그러나 정염과 슬픔 사이의 골짜기를 낮은 포복으로 갈팡질팡 여기까지 왔네. 사랑의 끝엔 무엇이 있느냐고 누가 물었을 때 "그야, 사랑이 있지!" 당신은 담담하게 대답했어. 내가 한없이 비루하게 느겼던 그 순간, 나는 이 소설의 작은 뼈 하나를 얻었다네.사랑의 지속을 믿지 않는 남자 곁에서 그것의 영원성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살아온 오랜 당신,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허락을 구하면서, 나이 일흔에 쓴 이 소설을 부끄럽지만 나의 '당신'에게 주느니, 부디 순하고 기쁘게 받아주길!"
박범신 지음/ 문학동네/388쪽/14,500원
"내 나이는 일흔이 되었지만,
작가 생활 42년은 한 번의 열렬한 연애처럼 흘러갔어.
돌아보니 문학은 내 영혼의 방부제였던 것 같아"
작가 박범신의 문학 앨범 <작가 이름, 박범신>이 출간됐다. 작가의 제자이자 시인이며 문학평론가인 박상수가 엮은이로 나서 그의 방대한 문학적 연대기를 정리해주었다. 작가로서 저자의 삶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이 된다. 문제 작가 시기, 인기 작가 시기, 절필 시기와 작품활동 재개기, 갈망기로 말이다.
이 책의 1부는 강연문, 인터뷰, 좌담, 비평문, 작가 스케치, 추천사 기사문 등등을 시기별로 요약하여 모자이크처럼 잘라 배치했다. 2부는 작품론에 해당하는 비교적 긴 글을 다섯 저자의 글로 채웠다. 3부는 박범신의 70년 인생사를 엿볼 수 있는 작가의 사진 앨범으로 꾸몄다.4부는 작가 초상으로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지인들의 에세이를 담았다. 후배 작가 이순원, 제자인 소설가 한지례, 이기호, 백가흠의 글이 박범신이라는 소설가, 박범신이라는 인간을 다채롭게 증언하는 글로 채워준 것이다. 5부는 이번 책을 위해 트별히 마련된 좌담을 그대로 풀어놓은 장이다. 좌담에는 세계일보 조용호 기자, 한겨레신문 최재봉 기자, 소설가 정유정, 문화평론가 박상미가 참여했다.
박상수 엮음/ 문학동네/ 308쪽/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