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약자에 한없이 강한 롯데의 이중성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롯데 (사진=박종민 기자)
최근 언론에 등장하는 가장 뜨거운 키워드로 단연 롯데가 꼽힌다.

물론 신동빈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이들 삼부자의 이름도 실시간 검색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형제의 난’은 연일 막장 드라마로 엎치락뒤치락하며 국민들의 짜증지수를 한껏 높이고 있다.

21일 롯데는 우리 사회의 약자로 꼽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행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호텔롯데가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면서 무리하게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한 것이 문제가 됐다.

문제의 호텔롯데 알바생들은 1년 이상 시급을 받으며 일해 온 13명의 장기 근무자들로 지난 7, 8월 모두 해고됐다.

이들을 해고하는데 서명하도록 강요한 합의서 내용은 거창했다.

합의서 한 장으로 롯데는 모든 책임을 면한다는 데서 시작해 알바생에게는 민·형사상 이의제기, 고용노동부 진정·고소·고발·이의제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까지 쓸어 담았다.

사전에 행여 회사가 질 수도 있는 법적 책임을 포괄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l이다.

합의에 대해 퇴직 이후에도 비밀을 준수할 의무가 발생하며 위반 시 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까지 포함시킨 것은 생뚱맞기까지 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앞에 들어간 내용을 더욱 강조하며 힘없는 알바생을 위협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호텔 측은 논란이 일면서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불거질 기미가 보이자 합의서를 확인서로 바꾸고 법적·행정적 이의 제기를 못하도록 했던 내용도 삭제하기로 했다.

합의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통상적인 것이었다는 호텔측 해명 또한 옹색하다.

잘못을 인정하는 조치를 뒤늦게 취하긴 했지만 호텔롯데의 이번 처사에 누리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도대체 롯데의 정체는 뭐냐? 집구석은 난리법석에, 롯데 월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 터져, 고용 문제는 강요 일색에..”(헤라맨)

“잘못을 인정한 만큼 발전하기 바란다. 이제 대기업도 횡포 같은 것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잡다레이)

“잘못 인정? 언론에 나오면 그때서야? 그렇게 하기 전에 잘못이란 걸 모른다는 게 더 나쁜거다”(봄날이 간다)

롯데사태는 잦아질 기미는커녕 점입가경으로 그칠 줄 모르고 타오르는 양상을 보이지만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이제 피로도마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이번 ‘알바생에 갑질 논란’이 터지면서 지난 10일 호텔 내 주차돼 있던 고급차량 5대를 들이받은 사고 택시기사의 배상금까지 호텔롯데가 대신 물어준 사건 또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비슷한 사건으로 이미 있었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미담을 호텔롯데가 흉내 내는듯해 ‘선행 따라하기’ 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진정한 선행이 아니다.

그나마도 남에게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듯 자연스럽지 못했던 선행이었는데 이번 약자에 대한 갑질 사태로 이제 롯데는 두 얼굴이 아니라 ‘천면마녀’ 라는 오명을 받을 법도 하다.

많이 본 뉴스